입력2019.03.29 17:54 수정2019.03.30 00:31
1867년 3월 30일, 미국은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매입하는 조약을 맺었다. 당시 러시아는 크림전쟁으로 재정적 어려움에 처했고, 미국은 아메리카 대륙을 조금씩 손에 넣고 있었다. 153만694㎢. 한반도의 7배 크기에 이르는 알래스카의 매입 가격은 720만달러였다. ㎢당 5달러에 불과했다. 지금으로 치면 헐값이지만, 당시 미국에선 비싼 가격에 샀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알래스카 매입을 적극 주장하고 협상을 주도한 인물은 미국 국무장관이던 윌리엄 수어드다. 그는 “눈 속에 감춰진 보물들을 보자”고 설득했지만 여론은 더 악화됐다.
미국 의회도 “극지의 아무 쓸모 없는 땅을 비싼 돈을 주고 샀다”며 수어드를 비난했다. 알래스카 매입을 ‘수어드의 바보짓(Seward’s folly)’이라며 비아냥거렸고, 알래스카를 ‘수어드의 얼음창고(Seward’s icebox)’라고 비웃었다. 수어드는 이 일로 결국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세간의 비난에 시달려서였을까. 매입 5년 뒤인 1872년에 수어드는 숨을 거뒀다.
알래스카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한 건 매매조약 30년 후인 1897년. 알래스카에서 금광이 잇따라 발견됐다. 은, 철광석 등 각종 광물과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도 발견됐다. 천대받던 알래스카는 기회의 땅, 천혜의 자원 보고로 재평가됐다. 그제서야 미국 의회는 수어드에게 공식 사과했다. “의회에서 당신이 했던 사과를 돌려드린다. 알래스카는 얼음창고가 아니라 보물창고였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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