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돋보기
친정 어머니께서 팔순이 되던 해 여름 시골에서 홀로 고향을 지키고 계신 어머니가 갑자기 보고싶어!
더 늦기전에 하룻밤을 같이 지내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불현듯 친정행 나들이를 한 적이 있다.
네시간 정도가 걸리는 거리니 오전에 출발하였는데도 점심 때가 지나서야 당도를 하였다
오랫만에 연로하신 어머니께서 차려준 점심을 먹고는 인근 텃밭을 한바퀴 돌았다.
가지도 심어놓고 고추도 호박, 오이도 제법 열려 있었다.
이것저것 눈에 띄이는대로 몇가지를 저녁 반찬을 할 요량으로 따왔다.
그런데 아뿔싸! 저녁을 지을려고 부엌엘 들어 가 보니
그렇게도 정갈하시던 어머니께서 설겆이며 밥솥이며 냉장고를
아프리카 난민촌 같이 해 놓고 계셨다.
나도 요즘엔 설겆이나 청소를 하고나서 돋보기를 쓰고 다시보면 청소가 제대로 되어 있지가 않다.
바늘귀는 물론이고 컴퓨터를 열 때도 하다못해 폰을 열 때도 습관적으로 돋보기를 쓴다.
그런데 팔순이 다 되신 어머니를 그 흔한 돋보기 하나 사 드릴 생각을 못했으니
이 무슨 불효란 말인가?
바늘귀가 안 보인다고 꿰 달라고 하여도 설마 그럴까
연세가 들어가니 자식에게 어리광을 피우고싶은걸꺼야
아무 생각없이 지나치곤 하였는데..
냉장고와 부엌을 대청소 해 드리고 밥솥도 깨끗이 닦고나니 마음이 조금은 개운해졌지만
또 얼마가 지나면 그리 될텐데...
다행히 치매는 걸리지 않아 집에서 생활이 가능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죽어봐야 저승을 안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이제사 뼈저리게 가슴을 파고든다.
오늘은 9월의 마지막날 아침,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때 늦은 후회를 해 본다!
19'9/30 지난 이야기 yellow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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