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1.17 03:12
딴 사람을 만나던 바람둥이가 뜻밖에 배우자와 맞닥뜨렸다. "여… 여… 여보… 인사해. 우리 처제(妻弟)야."
하필 아내의 여동생이라고 둘러댔다는 우스개다. 그런데 왜 내 처제가 아니고 우리 처제일까.
집단주의가 짙게 밴 우리말에선 웬만하면 '나(내)'가 아니고 '우리'다. "우리 회사가 너희보다야 낫지" 하거나 "우리 마누라가
한번 놀러 오래" 식이다. 이 '우리'를 낮추는 말은 '저희'인데…. 얼마 전 미국 대통령 부인을 맞은 김정숙 여사가 그랬다.
"저희 나라를 찾아주셔서 마음을 다하여 환영합니다." 나라만큼은 낮춰 이르지 않는 말법이기에, '우리나라'라 했으면 좋았을 텐데.
큰손님을 잘 모시고자 하는 대통령 부인 마음이야 어찌 탓하랴만…. 외교를 책임진 장관 말에서도 '우리'가 집을 잃어 안타깝다.
"주요 회원국이 힘을 합쳐야 할 부분이라 저희가 주도적 역할을 하는 건 조금 무리" "저희가 주도적 역할을 하는 건 남북 대화,
남북 관계 복원"…. 강경화 장관은 이 대목에서 세 번이나 '저희'라 했다. '저희'가 외교부를 가리켰다면 문제없다.
한데 암만 봐도 나라 차원의 대응을 얘기한 것 아닌가. 게다가 듣는 이도 같은 무리, 바로 우리나라 국회의원이니 '우리'라 해야 마땅했다.
10월 국정감사장 녹음(錄音)을 마저 틀어보자. "사드에 대해서 (중국에) 사과나 유감 표명할 수 있습니까?"(의원)
10월 국정감사장 녹음(錄音)을 마저 틀어보자. "사드에 대해서 (중국에) 사과나 유감 표명할 수 있습니까?"(의원)
"저희가 사과할 일은 없습니다."(강 장관) 역시
나랏일을 같은 국민한테 한 말이어서 '우리'가 옳은 표현이다. '저희'라 하면 '외교부에서 사과할 일은 없다'가 돼버린다. 만약 국제무대에서 영어로 잘못 말했어도 아무렇지 않게 지나갔을까.
큰일 맡은 사람의 한마디 한마디가 얼마나 무거운가. 신언서판(身言書判)을 낡은 잣대로 여길 수 없는 까닭이다. '바담 풍(風)'이 아니라 '바람 풍' 소리를 듣고 싶다. 조닷
큰일 맡은 사람의 한마디 한마디가 얼마나 무거운가. 신언서판(身言書判)을 낡은 잣대로 여길 수 없는 까닭이다. '바담 풍(風)'이 아니라 '바람 풍' 소리를 듣고 싶다. 조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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