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亭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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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llowday 2011. 5. 2. 22:48

원본 원본 : 동그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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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대 노모(老母)는 6.25전쟁 때 북녘을 떠나 온 실향민이다.
갈수록 고향에 얽힌 기억이 새록새록 더해지는 것 같다.
같은 처지의 실향 동창생 모임은 노모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만남.
석 달마다 갖는 모임날이 가까워 오면 상기된 표정이 역력해진다.
오늘도 여기저기 전화를 하며 들뜬 모습이니 만남의 날이 닥친 게 분명하다.
 언젠가 모임을 마치고 귀가한 노모의 표정이 어두웠다.
한 동창이 세상을 떠났다는데 어릴 적 추억을 함께 할.몇 안되는 친구의
상실이 서글프단다.
공유의 소멸. 최근 젊은 나이로 세상을 뜬 친구들을 떠올리니 노모의
상실감이 더 사무친다.
 올림픽공원에 누군가가 조성해 놓은 보리밭.
며칠 전까지만 해도 푸른 물결이 보기 좋게 싱그럽더니 모두 베어진 채
갈색 보리단만 듬성듬성 섰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사람들의 몸짓이 똑같다.
보릿단에 다가가 냄새를 맡고 손으로 쓰다듬곤 하는데 도심의 보리밭에
얹어 보는 추억의 반추일 터.
그 반추의 동작들을 보고 있는 것도 공유인 것만 같아 흐뭇하다.
          
                                                                              김성호 논설위원
 배가 아파요

 노느라 밥 먹는 것도 잊던 몽이가 갑자기 엄마에게 달려가며 소리쳤다.
 "엄마! 엄마! 배 아파~"
 "그건 배 속이 텅 비어서 그래. 밥을 채워 넣으면 안 아파. 자, 밥 먹자."
 몽이는 밥을 먹다보니 정말 씻은 듯이 배가 다 나은 것을 확인했다.
 며칠 후 옆집 아주머니가 놀러와서 엄마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몽이 엄마, 요즘 나 너무 머리가 아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걸 들은 몽이는 쪼르르 달려나와 옆집 아주머니께 말했다.
 "아주머니. 그건 아주머니 머리가 텅텅 비어서 그래요.
뭔가 채워 넣어 보세요.그럼 머리가 나을 거예요."

 변비 걸린 남자

 철수는 변비가 너무 심했다.
어느 날 공원을 거닐고 있는데 문득 '그 느낌'이 오는 것이 아닌가!
즐거운 마음으로 공중화장실로 뛰어가 바지를 내리고 앉았다.
하지만 아까 느꼈던 그 느낌은 온데간데없고 하릴 없이 아랫배에 힘만
주고 있었다.
잠시 후 후다닥 거리는 소리와 함께 옆칸에 한 사람이
뛰어 들어오는가 싶더니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일을 보는 것이 아닌가.
철수는 그 사람이 너무 부러웠다.
철수는 마침 문을 열고 나오는 옆칸의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난, 당신 같은 사람들이 정말 부럽소. 어찌 그렇게 쉽게..."
 그러자 그 남자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말했다.
 "제기랄 누굴 놀리는 거야. 바지도 못 벗었다 이놈아."

 요즘 엄마들

요즘 딸 가진 엄마는 싱크대 앞에서 쓰러져 죽고
아들 가진 엄마는 현관 앞에서 쓰러져 죽는다.
 왜냐하면 딸 집 가서는 일하느라 그렇고,
아들 집에 가서는 며느리 눈치에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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