藝文史 展示室

"신비롭고 아름답다" 빛 반사를 담은 명작들

yellowday 2017. 6. 3. 08:47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카라바조… 명암법과 반사 현상으로 극적 효과
물에 비친 솔섬은 신비감 자아내


도로에 반사된 베를린 도심의 모습… 마음속 거울이 반사한 풍경이죠

빛은 직선으로 쭉 나아가다가 어떤 물체에 닿으면 튕겨 나갑니다. 이를 빛의 반사라고 하지요. 우리가 사물을 볼 수 있는 것도 물체에
반사된 빛이 우리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에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빛의 반사 덕분이고요. 이런 재미난 현상을
예술가들이 놓쳤을 리 없겠죠?

작품2는 16~17세기 이탈리아에서 활동했던 화가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Caravaggio·1573~1610)의 그림입니다. 한 청년이
물가에 앉아 넋을 잃은 듯 수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어요. 이 청년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나르키소스(Narcissos)예요.
나르키소스는 신의 저주를 받아 자기 자신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어요. 그래서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마치 사랑하는 연인을 보는 듯
애틋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빛과 어둠의 관계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카라바조는 자신만의 독특한 명암법으로 빛의 반사 현상을 실감 나게 표현했습니다. 카라바조는
작품에서 빛과 어둠을 가까이 두어 그 차이가 강하게 두드러지도록 합니다. 그로 인해 그림 속 공간이 더욱 깊고 실감 나게 느껴지고
그림이 주는 극적인 감정도 더 강하게 느낄 수 있지요.

작품1~4

이 작품에서도 카라바조는 나르키소스를 밝게 드러내면서도 나머지 부분은 짙은 어둠에 놓아두었어요. 심지어 수면도 진한 검은색으로

표현했지요. 이렇게 빛과 어둠의 강렬한 대비, 수면의 반사 효과가 합쳐지면서 우리는 나르키소스의 모습에 더 집중하게 되고,

그의 감정에 더 깊게 빠져듭니다.

영국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Kenna)의 사진(작품3)에서도 수면에 빛이 반사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흑백사진 속 풍경은 강원도

삼척에 있는 솔섬의 모습입니다. 이 작품이 발표되면서 우리도 미처 잘 알지 못했던 솔섬의 비경(祕境·경치가 빼어나게 아름다운 곳)이

전 세계에 알려졌지요.

이 작품은 사진임에도 마치 한 폭의 수묵화와 같은 아름다움을 갖고 있습니다. 케나가 빛과 그림자를 대비한 명암법으로 강렬한 시각 효과를 주었기 때문이죠. 작품 한가운데 있는 소나무들이 수평선을 그리며 서 있는 구도, 그리고 그 풍경이 수면에 반사되는 순간을 촬영한 덕분에 신비하고 명상적인 분위기가 감돌아요.

인도 출신 조각가 애니시 커푸어(Kapoor)도 빛의 반사 현상에 매혹 당한 예술가랍니다. 작품4는 커푸어가 미국 시카고 밀레니엄공원에 세운 거대한 조각품이에요. 반짝거리는 표면은 마치 거울처럼 주변 도심 풍경을 비춥니다. 커푸어는 조각품의 반사 효과를 강조하기 위해 스테인리스 스틸을 재료로 사용했어요. 또 볼록거울의 원리를 활용해 도시 풍경이 표면에 왜곡되어 비치도록 했지요. 시간과 주변 날씨의 변화에 따라 조각품 표면에 반사되는 풍경도 시시각각 달라지겠죠? 덕분에 평범하게 보이던 도시의 풍경도 이 조각품을 거치면 마치 마법의 도시처럼 재밌고 신기하게 보인답니다.

아름다운 경치나 풍경을 보면 그 광경이 마치 내 마음속 깊숙이 들어오는 듯한 느낌을 받은 적 없나요? 우리나라 작가 양경렬은 마음에서 일어나는 반사 현상을 그림(작품1)에 담았답니다. 작품 속 풍경은 독일 베를린 시가지의 모습이에요. 그런데 그림 속 풍경이 독특합니다. 그림 윗부분은 건물, 아랫부분은 도로인데 도로 표면에 건물들의 모습이 대각선 방향으로 거꾸로 비쳐 있습니다.

양 작가는 왜 베를린의 도심 풍경을 이렇게 왜곡해서 그렸을까요? 양 작가는 실제 풍경에 자신의 마음속 풍경을 더해 그림에 담았습니다. 양 작가는 '인간은 두 개의 거울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인간은 자신의 겉모습을 비추는 실제 거울과 자신의 마음속에서 바깥세상을 비추는 마음속 거울을 갖고 있다는 것이죠.

그는 '내 마음속 거울이 변형되거나 왜곡된 건 아닐까'하는 의문을 가졌답니다. 마음속 거울이 왜곡되면 세상의 모습도 왜곡되어 비치게 되고, 그 뒤틀린 풍경을 보며 스스로 잘못된 생각과 판단을 하는 건 아닌지 의심한 것이죠. 어떤 사람은 세상과 자신의 실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용기가 부족해 마음속 거울을 왜곡시켜 자신을 속이기도 한답니다.

양 작가는 도로 표면에 대각선 방향으로 반사된 베를린 도심의 왜곡된 풍경을 그리며 '내 마음속 거울은 이렇게 왜곡되지 않도록 하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지켜보겠다'는 의지를 다졌다고 해요. 여러분의 마음속 거울은 어떤가요? 여러분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반사하고 있나요?  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