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훈민정음 해례본' - 이런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나

yellowday 2017. 4. 13. 05:55

입력 : 2017.04.12 03:16

한글이 위대한 이유 중 하나는 만들어진 시기가 명확한 문자라는 것이다. 이는 1940년 경상북도 한 고가(古家)에서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됨으로써 처음 밝혀졌다. 여기에 '세종 28년(1446년) 9월 상한(上澣)'이라고 한글 반포 시기가 나와 있다. 이를 양력으로 환산한 것이 10월 9일 한글날이다. 해례본에는 한글 자음·모음을 만든 원리 등 한글 창제의 비밀이 가득 담겨 있다.


▶그래서 '무가지보(無價之寶)'로 불린다. 값을 따질 수 없을 만큼 귀중하다는 뜻이다. 해례본을 처음 사들인 간송 전형필 선생은 6·25때 이 책 하나만 오동나무 상자에 담아 피란 가 잘 때도 베고 잤다고 한다. 해례본은 발견 자체가 기적이었다. 발견 당시엔 각 면 안팎이 뒤집어진 채 책으로 묶여 있고 중국 역사를 한글로 풀어쓴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희대의 문화재가 하마터면 영영 묻힐 뻔했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간송 소장 해례본은 근래 '장물(贓物)' 시비에 휘말렸다. 간송본은 안동 지역 진성 이씨 집안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인근 광산 김씨 집안에서 "80년 전 사위가 처가에서 몰래 빼돌려 팔아먹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사위가 진성 이씨다. 이에 진성 이씨 대종회에서 "명예훼손"이라며 "해례본은 우리 가문 종가에 내려오던 것"이라고 반박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하나밖에 안 남은 줄 알았던 훈민정음 해례본이 또 하나 나타난 것이 2008년 7월이었다. 경북 상주의 골동상 배모씨가 "집을 수리하다 발견했다"고 했다. 그러자 다른 골동상 조모씨가 "몇 달 전 고서적 두 상자를 30만원에 사가면서 몰래 훔쳐갔다"며 배씨를 고발하고 나섰다. 법원은 민사소송에선 조씨의 소유권을 인정하면서도 형사소송에선 배씨가 해례본을 훔친 것은 아니라는 이상한 결론을 내렸다. 훔쳤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였다.


▶진실은 두 사람만이 알 것이다. 배씨는 어떤 때는 국가에 기증하겠다고 했다가 어떤 때는 1000억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10년 가까이 한 번도 해례본을 공개하지 않았다. "산속 깊은 곳에 잘 묻었다" 하기도 하고 "우물 속에 보관하고 있다"고도 했다. 최근에는 지역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며 해례본을 포함한 자신의 재산을 1조4800만원으로 신고했다. 그러더니 그제 해례본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몇 년 전 그의 집에 난 불에 탄 흔적인 듯 아래쪽이 검게 그을렸다. 마치 전 국민을 상대로 협박을 하는 것 같다. 인류 역사에 자랑할 문화재가 이런 꼴을 당하는데도 법은 무력하다. 정말 이런 사람은 어떻게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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