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남자 마음 설명서'

yellowday 2017. 5. 27. 11:36

입력 : 2017.05.27 03:11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13일부터 7월 9일까지 네팔·부탄 트레킹을 다녀왔다. 이때 찍은 사진에서 문 대통령 오른쪽에 공연기획자

탁현민씨가 모자를 눌러쓰고 있다. 여행 좋아하는 사람은 금방 안다.

친구도 아닌데 27일간 험지(險地) 여행을 함께 할 정도라면 얼마나 친밀한지를.


 ▶탁씨는 MB 정부 당시 거칠고 저속한 입담으로 논란을 일으킨 '나꼼수' 기획자다.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공연을 잇달아 만들었다.

문 대통령과 관련된 콘서트, 유세는 대체로 그의 손을 거쳤다. 문 대통령의 출마 동영상도 그의 작품이다.

그 탁씨가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행정관이 됐다. 지난 24일 청와대 집무실에 '일자리 현황판'이 설치될 때 기자 눈에 띄어 알려졌다.

터치스크린 현황판도 그의 아이디어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탁씨가 10년 전에 여성을 성(性)적으로 비하한 내용을 출간한 사실이 드러났다. '남자 마음 설명서'란 책에서 그는 여성을 유형별로

구분했다. '하고 싶다, 이 여자' 부분에선 '콘돔을 싫어하는 여자' '몸을 기억하는 여자' 등을 열거했다. '

만나본다, 이 여자' 목차에선 '스킨십에 인색하지 않은 여자'를 꼽았다. 이 정도는 점잖은 것이다. 옮겨 쓰기에 민망한 표현이 수두룩하다.

"대중교통 막차 시간 맞추는 여자는 구질구질하다"고 썼다. 여행지에서 남녀 만남과 관련, "이때 걸려주는 (웬만한) 여자에게는 (당분간)

충성을 맹세하게 돼 있다"고도 했다. 여성을 사람으로 보는지차 의심스럽다. 이 사실이 보도되자 탁씨는 "현재 저의 가치관은

달라졌지만, 당시 그릇된 사고와 언행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사과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여성의 인권과 성 평등을 어느 대통령보다 높은 가치로 추구하겠다고 했다. 외교부장관, 청와대 인사수석, 보훈처장에

처음으로 여성을 발탁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는 대통령 곁에 탁씨 같은 사람이 어떻게 가 있게 됐는지

알 수 없다.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의 대학시절 '돼지발정제' 사건이 문제 됐을 때 그렇게 목청 높였던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잠잠한 것도 기이하다.


▶'나꼼수' 멤버들은 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사람이 없다시피 하다. 그런데 그중 한 사람은 서울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방송의 진행자가 돼 있다. 탁씨 역시 대통령이 가장 중시하는 일자리 현황판 설치 행사에 참석한 것을 보면 단순히 의전 수행만 할 것 같지는 않다. 대형 사고가 없기를 바랄 뿐이다.  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