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후
전시회 오프닝에 갔다가 그동안 까맣게 잊고 지냈던 친구와 우연히 마주쳤다. 반가운 마음에 연락처를 주고 받고 헤어진 뒤 제대로 약속을 잡아 마주 앉았다. 엊그제 만나고 헤어진 것 같은데 꼽아 보니 12년 만이었다. 그 사이 어찌 안 변했으랴만은 '하나도 안 변했다' 면서 녹두 빈대떡에 동동주 한 잔을 기울였다. 공유했던 지난 시절 얘기 부터 그동안 살아 온 얘기, 지금 사는 얘기, 앞으로 살아갈 얘기를 나눴다. 잘 보일 일도 없고, 아쉬울 것도 없는 그저 편하기만 한 사이. 우리 또래에 가질 수 있는 고민과 고뇌도 털어 놓았다. 듣고 보니 친구에게는 내가 전혀 몰랐던 점이 참 많았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구석도 많았다. 돌아오는 길에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예전에 이렇게 서로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다. 만약 그랬더라면 어땠을까.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소중한 추억을 쌓았겠지. 내 곁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좀더 깊은 관심을 갖고 마음을 열고 다가가야겠다.
함혜리 논설위원 수영금지 구역
무더운 어느 날 비비안이 산길을 걷다 개울에서 옷을 벗고 수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곳으로 경찰 근무지를 발령 받은 장호가 다가와서 수영을 못하게 했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여기 이 개울은 수영 금지구역입니다." "아니, 그러면 제가 옷을 벗기 전에 말을 해 줘야지요. 옷을 다 벗은 것을 빤히 보고도 가만히 있다가 수영을 하려고 물에 들어가니 그제야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제가 제재하는 것은 수영을 못하게 하는 것이지 옷을 못 벗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온도계
어린 소녀가 자기 아버지에게 물었다. "온도계가 떨어지면 날씨가 추워지지요.아빠?" "그렇단다. 얘야." "그럼, 이제 추워지겠네. 온도계가 바로 일 분 전에 떨어져서 깨졌거든요."
오페라 극장에서
외삼촌이 병구를 오페라 극장에 데리고 갔다. 마침 교향곡이 연주되고 있었다. 무대를 눈이 뚫어지게 쳐다보던 병구가 외삼촌에게 물었다. "저기 높은 연단에 올라선 남자는 왜 손에 든 몽둥이로 여자를 위협하지요?" "저 사람이 손에 든 것은 몽둥이가 아니라 지휘봉이라는 거야. 그리고 여자를 위협하는 게 아니라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어. 그는 지휘자거든. 바로 옆에 서 있는 여자는 소프라노 가수이고." 그러자 병구는 이상하다는 듯이 반문했다. "그래요? 저 남자가 저 여자를 위협하지 않는다면 저 여자는 무었 때문에 저렇게 비명을 지르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