常識 알면福이

폭탄 맞은 임용고시생·고교입시생들 - 시험이 코앞인데… 돌연 제도 변경에

yellowday 2016. 10. 26. 16:15

2016.10.2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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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DB

초·중·고교 교사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교육 당국의 갑작스러운 일부 시험 제도 변경 및 강화 방침에 혼란을 겪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16일 “올해부터 초등 교사, 중·고교 교사 임용 시험에서 2차 시험의 영향력을 높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현재 입시 현장은 소동을 빚는 상황이다. 수험생들은 “시험이 코앞인데, 갑작스레 2차 시험을 강화하겠다고 수험생들에게 알리는 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험 40일 앞두고 2차 시험 강화… 황당한 임용고시생들

교육부에 따르면, 교사 임용시험은 서술형(논술형) 필기시험인 1차 시험(100점 만점)과 심층 면접, 수업 시연(試演) 등으로 구성된 2차 시험(100점 만점)으로 나뉜다. 1·2차 시험 점수는 같지만, 그동안 두 시험의 중요도는 달랐다. 2차 시험 최하 점수가 80점이어서, 해당 시험이 사실상 평가에 영향을 주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교육 당국은 올해 이를 손보기로 했다. 올해부터는 2차 시험 최하 점수를 60점으로 낮춘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공 지식을 평가하는 1차 시험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재 구조로는 교사의 자질을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임용시험 입시기관 관계자는 “예전엔 합격 여부가 오로지 1차 시험의 고득점 여부에 달렸다면, 이번 임용시험부터는 2차 시험 점수가 당락을 좌우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시험 시행 계획 변경 공고 시기다. 초등 교사 임용고시는 당장 다음 달, 중등 교원 임용고시는 12월에 치러진다. 교육부는 2차 시험 평가 강화 사실을 이달 발표했다. 2년째 중등 교원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김민재(29·가명)씨는 “2차 시험이 중요해진다는 설(說)은 있었지만, 그동안 교육 당국의 공식적인 발표가 없어 (영향력이 높은) 1차 시험에만 올인하는 학생들이 대다수였다”며 “최소 6개월 전에라도 공식화했으면 준비를 좀 더 철저히 했을 텐데, 시험을 40여일 앞두고 갑작스럽게 발표를 하니 혼란스럽기만 하다”고 했다. 신지수(25·가명)씨는 “그동안 2차 시험 부담이 적은 편이어서, 임용고시생들이 모여 하는 스터디만으로도 나름대로 대비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하지만 시험을 코앞에 두고 갑자기 시행 계획을 바꾸는 바람에, 결국 면접·수업 시연을 봐주는 교사 출신 강사들이 있는 사교육에 기대게 생겼다”고 했다. 중등 교원 임용고시 준비생 이지인(24·가명)씨는 “사전 예고 없이 주관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큰 2차 시험의 영향력을 갑자기 높인 (교육부의) 처사를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교육부 행특·세특 제외 방침에 울분 토한 고교 입시생들 

최근 고입(高入) 현장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교육부는 지난달 28일 “지원자의 학교생활기록부에 중학교 3학년 1학기 교과학습발달상황의 ‘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세특)’과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행특)’을 반영하지 말라”는 내용의 긴급 공문을 전국 시·도교육청에 보냈다. 세특·행특 반영 불가 이유는 “입학 전형 실시 시점은 3학년이 마무리되지 않은 시기인데, 학교에 따라 3학년 1학기 학생부를 반영하거나 반영하지 않은 학교가 있어 학생 간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해당 내용은 지난 1월 각 시·도 교육청이 구두 협의한 사항이다. 하지만 이를 학교·학생·학부모에 알린 건 무려 8개월 뒤였다. 심지어 공문 전달 시기는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 등의 고교 입시가 잇따라 개막하는 시점이었다.

입시 현장은 당연히 소동을 빚었다. 교육청이 교육부의 긴급 공문 확인하고서 관내 학교에 알리기까지는 최장 6일이나 소요됐다. 공문 송부 당시 입시 전형을 진행 중이던 한 전국 단위 자사고는 원서 접수 과정에서 부랴부랴 행특·세특을 배제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원서 접수를 이미 끝낸 또 다른 전국 단위 자사고는 이를 아예 반영하지도 못했다. 그동안 세특을 배제했던 외국어고·국제고는 행특 추가 제외 사실을 홈페이지를 통해 서둘러 공지하기도 했다.

학생·학부모들은 울분을 터트렸다. 올해 전국 단위 자사고에 지원한 김민재(15·가명)군은 “3학년 1학기 행특·세특 내용이 가장 좋은 편인데, 이를 갑자기 배제해버리는 바람에 지원 고교에 내 능력을 보여줄 가장 큰 무기가 사라졌다”며 “입시가 한창일 때 이렇게 일방적인 지침을 내려도 되는가”라고 했다. 올해 한 전국 단위 자사고에 지원한 자녀를 둔 학부모 최민숙(45·가명)씨는 “고입을 앞둔 중학생이 당연히 신경 쓰는 시기가 중3 때인데, 교육 당국의 일방적이고 뒤늦은 통보로 그간 아이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든 것 같아 화가 난다”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 임지연(46·가명)씨는 “대입에선 고 3 생기부 기록이 반영되는데, 고입에서 중3 생기부 기록은 왜 빼는지 모르겠다”며 “이게 더 형평성에 어긋나는 거 아니냐”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 사립대 교육학과 교수는 “시험을 목전에 두고 뒤늦게 변경 내용을 공지하는 것은 교육 당국이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고시·입시는 수험생 입장에선 미래가 걸린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앞으로 교육 당국은 절대 졸속으로 제도를 바꿔선 안 되며, 충분한 논의 과정과 충분한 기간을 두고 예고하는 일 처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