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亭子

처칠 수상의 유머

yellowday 2016. 7. 11. 21:35

                                              풀잎속의 초애님 방에서



제2차 세계대전 초기,
처칠 수상이 미국의 원조를 받기 위해 루스벨트 대통령을 만나러 갔을 때의 일이다.
호텔 숙소에서 목욕을 한 뒤 수건만 두르고 있는 처칠 앞에 루스벨트가 불쑥 찾아왔다.
순간 몸을 일으키던 처칠의 허리에서 갑자기 수건이 흘러내렸다.
정장 차림의 루스벨트와 알몸의 처칠, 참으로 대조적인 장면이었다.
그때 처칠이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보시다시피 영국 수상은 미극 대통령에게 감추는 게 전혀 없소."
이 유머 한마디로 두 사람은 흉금을 털어놓고 솔직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이후로도 좋은 친구로 남았다.  



한번은 영국 의회 사상 첫 여성의원이 된 애스터가
잔뜩 화가나서 처칠에게 독설을 퍼부었다.
"내가 만약 당신의 아내라면 서슴지 않고 당신이 마시는 커피에 독을 타겠소."
처칠은 잠시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내가 만약 당신 남편이라면 당장 그 커피를 마셔버리겠소."
"당신은 정말 매력 없고 무례한 여자군요!"하는 말을
우회적으로 되돌려준 처칠의 재치가 빛나는 이야기다.


하루는 처칠의 늦잠이 도마에 올랐다.
"영국은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게으른 정치인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정적은 점잖게, 그러나 차갑게 꼬집었다.
그냥 물러설 처칠이 아니었다.
"글쎄요, 당신도 나처럼 예쁜 부인과 산다면 아침에 결코 일찍 일어나지 못할 거요."
재치 있는 반격에 상대는 본전도 못 찾았다.



세계적인 극작가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였던 조지 버나드 쇼가
처칠에게 극장표 두 장을 보냈다.
"제 연극공연에 초대합니다.
혹시 동행하실 친구 분이 계시다면 함께 오십시오.
" 처칠이 동행할 친구조차 하나 없는 외톨이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꼬집은 것이었다.
이에 대해 처칠은 즉각 답신을 보냈다.
"첫날은 바빠서 가기 어려우니 그 이튿날 가지요.
연극이 하루 만에 끝나지 않는다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