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麗的 詩 ·人

사모 / 조지훈(1920년~1968년)

yellowday 2016. 5. 22. 23:46



사모 by Sor

                                            사모 by Sor




사모 / 조지훈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로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 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잊어 달라지만
남자에게서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을 그려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밤에 울어 보리라
울어서 멍든 눈흘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또 한 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그리고 또 한 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마지막 한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나님을 위하여
 


경상북도 영양() 출생. 혜화전문()을 졸업했으며, 1939년 <고풍의상>과 <승무>, 1940년 <봉황수>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단했다. 전통적인 풍물을 소재로 하여 우아하고 섬세하게 민족 정서를 노래한 시풍으로 기대를 모았다.

박두진(박목월()과 함께 청록파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시집으로 《풀잎 단장》, 《조지훈시선》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