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 / 조지훈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로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 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잊어 달라지만
남자에게서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을 그려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밤에 울어 보리라
울어서 멍든 눈흘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또 한 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그리고 또 한 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마지막 한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나님을 위하여
경상북도 영양(英陽) 출생. 혜화전문(惠化專門)을 졸업했으며, 1939년 <고풍의상>과 <승무>, 1940년 <봉황수>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단했다. 전통적인 풍물을 소재로 하여 우아하고 섬세하게 민족 정서를 노래한 시풍으로 기대를 모았다.
박두진(朴斗鎭)·박목월(朴木月)과 함께 청록파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시집으로 《풀잎 단장》, 《조지훈시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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