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4.27 03:00
비행기서 촌각 다툰 심폐소생술… 승객 어려 중지·약지로 가슴 압박
지난 8일 오후 10시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착륙한 아시아나항공 비행기 안. 여객터미널로 이동하는 비행기 안에서
평소처럼 안전벨트를 하고 대기하던 김이철(45) 사무장은 한 여자 승객이 아이를 안고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 급히
달려갔다. 승객의 품에 안겨 있던 2세 여자아이는 숨을 쉬지 않았고, 맥박이 희미해지면서 몸이 점점 굳어가고 있었다.
현지 구급대원을 기다리기에는 당장 아이의 상황이 좋지 않았다. 호흡이 멈춘 상황에서 뇌 손상 등이 우려됐다.
평소에도 아이를 좋아했던 김 사무장은 다급한 상황 속에서 생후 29개월 된 자신의 막내아들을 떠올렸고,
'내 아들 같은 이 아이를 반드시 살리겠다'고 다짐했다.
승무원으로 20년간 일하면서 한 번도 응급 환자가 발생한 적은 없었지만 매년 정기 안전 교육 때 배운 심폐소생술 방법을
떠올려냈다. 아시아나항공 모든 승무원은 매년 한 차례 정기 안전 교육을 통해 비상 상황 시 항공기 탈출 요령,
기내 화재 시 소화 방법, 심폐소생술 등 응급 환자 대응 방법 등을 교육받고 있다.
먼저 승객으로부터 "착륙 직전 아이에게 빵을 먹였는데 아이가 토하려는 듯하다가 숨을 쉬지 않았다"는 상황을 전해 들었다.
아이를 평평한 바닥에 일단 눕히고 입속에 토사물 등 이물질이 없는지를 먼저 확인했다. 이후 고개를 살짝 젖혀 기도를 확보하고,
중지와 약지 손가락으로만 가슴 압박을 이어갔다. 성인의 경우 양손을 겹쳐 깍지 낀 상태로 가슴 압박을 하지만, 영·유아의 경우에는
두 손가락으로만 가슴 압박을 한다. 평소 훈련한 매뉴얼에 있는 내용 그대로다. 김 사무장은 "원래는 인공호흡도 병행해야 하지만
혹시 목 등에 남아 있는 토사물이 기도를 막을까 우려돼 가슴 압박만 실시했다"고 말했다.
'조금만 응급처치가 늦어지면 아이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생
각에 온 신경을 집중해 심폐소생술을 이어갔다.
김 사무장이 5분간 필사적으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자 아이는 서서히 숨을 쉬기 시작했다. 공항 의료진에 인계된 아이는
치료를 받고 최근 무사히 퇴원했다. 그는 "승무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승무원으로 일하면서 가장 다급한
순간이었지만 동시에 가장 보람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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