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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대 전체 성폭행 당해, 北에서 여성은 하나의 도구, 주민을 바꿔야 北 체제 붕괴한다"

yellowday 2016. 3. 31. 18:13

입력 : 2016.03.31 16:36

[주간조선:北 4군단 출신 이소연 뉴코리아여성연합 대표(上)]
 

말투가 똑 부러졌다. 깡마른 몸은 당차 보였다. 군인 출신다웠다. 2010년 연평도를 포격한 북한군 4군단 상사 출신 이소연(41) 뉴코리아여성연합 대표의 스케줄표는 빽빽하다. 종편, 라디오 등 방송출연도 많고 탈북 여성 단체인 뉴코리아여성연합 행사도 줄을 잇고 있다. 학교·단체를 찾아가서 개최하는 ‘통일 토크콘서트’는 올해 50회를 기획하고 있다. 탈북 여성들을 위한 직업교육도 하고 있고 오는 4월부터는 심리치료도 계획하고 있다.

지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는 ‘북한에는 여자가 없다’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열차승무원, 군 간호사, 협동농장 출신 탈북 여성들의 입을 통해 북한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폭행, 성추행 실태를 고발했다. 북한 여성 인권의 현실은 참담했다. 주간조선은 북한 여성 인권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이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지난 3월 14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에서 뉴코리아여성연합 회원들과 함께 동영상 촬영법 교육을 받고 있는 이 대표를 만났다. 교육이 끝나기를 기다려 겨우 시간을 얻었다. 1시간 여유밖에 없다는 이 대표를 붙들고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는 단답식으로 빠르게 진행됐다.

이소연 뉴코리아여성연합 대표. /이경호 영상미디어 차장

北 정권은 스스로 무너지지 않고
주민들이 권리를 주장할 때 변화해

여성은 성과 노동력 착취의 대상

―기자회견에서 고발한 북한 여성 인권 실태는 믿기 어려울 정도이다. “군부는 물론이고 공장, 기업소, 협동농장 할 것 없이 강간, 성추행은 흔한 사건이다. 중앙당 간부들 사이에서도 노골적으로 일어난다. 북한에서 여성은 하나의 도구로 이용될 뿐이다. 기쁨조만 봐도 그렇다. 어릴 때부터 뽑아놓고 고등학교 때 부모도 모르게 데려간다. 단 손톱자국 같은 흉이라도 있으면 안 된다. 여성은 성과 노동력 착취의 대상일 뿐이다.”

―북한 군부 내 성폭행 사건도 심각하다고 들었다.

“실제 우리 중대에서 벌어진 일이다. 120명 중 남자는 20명밖에 없었지만 간부는 100% 남자였다. 나는 1소대였는데 2소대의 중대장과 부중대장이 소대의 여군들을 전부 성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임신한 피해 여군들이 군 병원으로 갈 수는 없고 군에서 가까운 해주시 병원으로 전부 간 거다. 병원이 하나밖에 없으니 의사, 간호사들은 전부 알 것 아닌가. 그들의 고발로 2년 만에 발각이 됐다. 군단 간부들이 조사를 해보니 소대원들이 전부 당한 거다. 워낙 수가 많다보니 가해자 처벌을 안 할 수 없었다.”

―가해자 처벌을 안 하기도 한다는 건가.

“다른 부대서도 성폭행 사건은 매년 불거진다. 특히 입당 열쇠를 쥐고 있는 정치지도원이 가해자인 경우가 많은데 거의 처벌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피해 여군들이 불명예 제대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군 간부 한 명을 양성하기 위해 투자한 시간과 돈을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 중대 사건도 중대장, 부중대장 모두 감옥에도 안 가고 제대시키고 끝났다. 피해 여군 중 가장 성폭행을 많이 당한 4명은 불명예 제대 처분이 내려졌다.”

―소대 전체 여군이 대상이었는데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나.

“남들은 땔감 구하러 가고 농사지을 때 편한 보직을 받기도 한다. 대가를 보고 성상납을 하게 되는 것이다. 권력을 쥐고 있기 때문에 감히 문제제기를 할 생각도 못한다. 문제제기를 하는 순간 여군들 사이에서도 미움을 받는다. 어려서부터 성교육, 인권교육은 받아본 적이 없다 보니 문제의식조차 없는 것이다.”

―여군 자원입대가 40%에 달한다고 하던데.

“군인은 북한에서 훌륭한 직업에 속한다. 의무복무 기간을 거치면 당원이 될 수 있다. 나는 의무 기간이 10년이었는데 요즘엔 7년이다. 60~70%는 당원이 된다. 또 다른 이유는 집안의 입을 하나라도 덜기 위해서다.”

탈북자들. /조선일보 DB

인권을 무시하고 통일하기 힘들어

유엔 대북제재엔
"김정은 머리가 아플 것"

―최근 통과된 북한인권법을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고초가 많았다. ‘삐라. 전단지 보내면 포가 날아온다. 단체를 어떻게 다 지원해주느냐. 대한민국 인권도 힘든데 북한 인권까지 신경 써야 하느냐’고 한다. 북한 인권은 세금으로 따질 문제가 아니다. 북한은 대한민국이다. 단지 갈라져 있을 뿐이다. 최종 목표는 통일인데 인권을 무시하고 통일을 이룰 수 있나. 북한 정권은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다. 북한 주민들이 인간으로서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 때 북한 체제의 변화가 올 수 있다. 인권을 꾸준히 이슈화해서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북한인권법이 북한에 어느 정도의 압박이 된다고 생각하나.

“북한은 아예 인권이라는 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본인 스스로 자유가 있는지 권리가 있는지에 대한 인식조차 없다. 김정은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탈북자들을 통해 북한 인권이 세계에 공개되는 것이다. 인권을 증언하는 사람들의 입을 막기 위해 갖은 수단을 다 쓴다. 체제 유지를 하면서 국제사회에 자리매김하고 싶어하는데 최대 방해세력 아니겠나.”

―북한인권법 관련 재단 설립 등 역할을 제의받은 것이 있나.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은 없는 것 같다. 북한에서 살다 왔고 북한 정세를 우리만큼 잘 아는 사람이 없다. 산증인인 만큼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겠나. 제의가 온다면 기꺼이 할 것이다.”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에 대해 김정은 정권이 어떻게 나올 것 같은가.

“김정은이 머리가 많이 아플 것이다. 대북제재 한 귀퉁이라도 느슨하게 하기 위해 뒤에서 중·러를 이용하지 않겠나. 무역 일꾼들을 통해 지원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북한 주민 생계를 위한 지원 목소리가 벌써 나오고 있지 않나.”

마식령 스키장 건설에 동원된 북한 군인들의 모습. 건설에 사용될 물과 흙 등을 여군들이 등짐으로 옮기고 있다. /조선중앙tv

'인도적 지원' 하지 말아야

쌀 보내도 당으로 빼돌려
빵공장 지어도 당으로 빼돌려
주민들은 혜택 못 봐

―그렇다면 인도적 지원을 하지 말아야 하나.

“솔직히 그렇다. 쌀 보내고 빵 공장 지어줘도 당 간부 등 중간에서 다 빼돌리지 주민들은 덕을 보지 못한다. 제2의 고난의 행군이 나올지라도, 설사 내 부모가 어떻게 될지라도 이번 기회에 확실하고 실질적인 제재를 가해야 한다. 제2의 고난의 행군이 온다면 그때의 주민들이 아니기 때문에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으로 보면 이 대표가 눈엣가시일 텐데 위협을 받은 적은 없나.

“작년 4월 북한에서 24명의 처단자 명단을 발표했다고 들었다. 그중 여자가 2명인데 내 이름이 있다더라. 어디를 가든 보고하고 몸조심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나보다 더 위험한 분들이 많다.”

이 대표는 대수롭지 않게 말을 받았다. 함경북도 회령이 고향인 이 대표의 부모는 아직 북한에 있다. 이 대표는 2008년 두 번째 만에 탈북에 성공해 한국으로 왔다. 그동안 두 명의 오빠는 감옥에서 죽고 부모와는 전화 연락을 하고 지낸다고 했다. 최근 남북관계가 경색된 와중에도 전화 연결이 되느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자유롭지는 않지만 연락은 된다”고 답했다. “어머니가 북한 당국에서 경고를 받았는지 나한테 좀 조용히 살면 좋겠다고 하더라”면서 웃었다. 북한 인권운동에 뛰어든 계기를 물었더니 이 대표가 얼굴까지 붉어지며 힘주어 대답했다. “그동안 당한 것이 너무 억울해서 그럽니다.” <下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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