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눈 / 배중진
밤새 눈이 내렸어도 기온이 따스하여
길에는 깔리지 않았고 지붕과 자동차와 나무에만 쌓여
온통 새하얀 세상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개나리는 눈이 덮여 있어도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고
수선화는 모든 것을 수긍하듯
더욱 고개를 숙이고 있었으며
목련은 목덜미가 시린지 움찔거리며
하얀 눈을 연신 털어내고 있었는데
그것도 잠깐
녹기 시작하느라 땀을 줄줄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순식간에 사라질 눈을 내리느라 밤새 고생만 했지
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하니
공포의 대상은 아니었고
이빨 빠진 늙은 호랑이의 포효에 지나지 않았으며
마지막 눈이었지 싶고
그래도 유종의 미를 거둬 잊지 않고 감사 또한 드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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