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사투리님
정도전(鄭道傳)은 《삼봉집》의 〈매천부(梅川賦)〉에서 매화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읊고 있다.
천진스러운 태도에 단정한 얼굴, 하얀 치마에 깨끗한 소매, 우의(羽衣)와 예상(霓裳)으로
눈같이 흰 고운 살결, 옥 같은 얼굴에 윤이 흘러 산뜻하다.
다음 글은 매화를 상찬한 김진섭(金晋燮)의 〈매화찬(梅花讚)〉의 일부이다.
눈속에서, 차가운 달 아래 처연(凄然)히 조응(照應)된 매화는 한없이 장엄하고 숭고한 기세에는
친화한 동감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굴복감(屈伏感)을 품게 된다.
매화는 확실히 봄바람이 태탕(胎蕩)한 계절에 난만(爛漫)히 피는 농염한 백화(百花)와는 달리 비현세적(非現世的)인
꽃같이 느껴진다. 이 꽃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우리가 찾을 수 있는 가장 초고(超高)하고 견개(狷介)한 꽃이라고 할 것이다.
또 다음은 정목일(鄭木日)의 매화를 상찬한 글의 일부이다.
그 모습은 천연 달빛을 머금은 눈부신 백자(白磁)와 같고
정한하기로는 흰 모시옷보다 더하고
한지(韓紙) 방문에 물드는 새벽빛 서기가 서려 있다.
그리고 정화수(井華水)의 정결한 마음과
푸른빛 도는 은장도의 순결미를 안으로 품고 있다.
찬물에 목욕재계하고 정화수 앞에 단정히 꿇어앉아
두 손을 모으고 기구하는 여인의 모습처럼 해맑다.
거기에는 함부로 넘볼 수도 없으며 바닥 모를 깊이가 있다.
다음에는 한시에서 매화의 아름다움을 읊고 있는 경우를 보자.
비단처럼 곱고 서리처럼 빛나 온 사방을 비추니 練艶霜輝照四隣 (연염상휘조사린)
뜰 한모퉁이에서 섣달 봄기운을 홀로 차지했구나 庭隅獨占腦天春 (정우독점뇌천춘)
번화한 가지 반은 떨어져 단장도 거의 스러진 듯 繁枝半落殘粧淺 (번지반락잔장천)
갠 눈이 갓 녹아 눈물 새로 머금었네 晴雪初銷宿淚新 (청설초소숙루신)
차가운 그림자는 나직이 금정의 해를 가리우고 寒影低遮金井日 (하녕저차금정일)
싸늘한 향내는 가벼이 옥창의 먼지를 잠갔구나 冷香輕銷玉窓慶 (냉향경소옥창경)
내 고향 시냇가에 서 있는 그 매화나무도 故園還有臨溪樹 (고원환유임계수)
서쪽 만리길을 떠난 날 응당 기다리고 있으리 應待西行萬里人 (응대서행만리인)
이 시는 최광유가 당나라의 수도 장안에서 신년을 맞이하여, 정원 한모퉁이에서 눈속에 피어난 매화나무의 아름다운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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