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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한파 '폴라 보텍스', 한반도까지 내려온 이유 - 온난화 역설… 북극 더워지자 한파 밀려왔다

yellowday 2016. 1. 20. 07:23

입력 : 2016.01.20 03:00 | 수정 : 2016.01.20 06:19

[오늘의 세상]

한반도 겨울은 짧아지고, 추위는 강력해졌는데… 왜?

- 한파 몰고온 북극發 '폴라 보텍스'
온난화로 제트기류 약해진 틈타 북극 한랭기류가 뚫고나와 南下
한반도 상공에 영하 35도 찬 공기… 美동부·동유럽도 한파 시달려


폴라 보텍스가 몰고 온 한파


올겨울 최강 한파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19일 아침 체감기온은 서울이 -24도까지 떨어졌고 남쪽 부산도 -11도까지 내려갔다. 20일은 전날보다 약간 기온이 오르지만 서울 -14~-5, 춘천 -16~-3, 대전 -11~-1도 등의 분포로 여전히 전국 대부분 지역이 영하권에 머물 전망이다. "지난달 겨울답지 않게 따뜻해 '지구 온난화 심화'를 걱정했는데 요즘 보니 정반대 같다"고 시민들은 말한다. 기상 전문가들은 "온난화 때문에 한반도에서 겨울은 짧아지고 한파는 강력해진 '온난화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 "한파 다음주까지 이어진다"

한반도의 한파는 북극 지방의 찬 공기가 제트기류를 뚫고 남하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제트기류는 평소 1만m 상공에서 극지방(위도 60~90도)을 에워싸고 북극 한기(寒氣)를 동쪽으로 내몰아 남하하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최근 온난화로 극지방과 중위도지방 사이 기온 차가 줄고 제트기류도 약해졌다. 이 틈을 타 갇혀 있던 극(極) 소용돌이, 즉 '폴라 보텍스(polar vortex)'가 제트기류를 뚫고 남쪽으로 빠져나오는 것이다. 폴라 보텍스는 북극과 남극을 소용돌이처럼 휘도는 한랭기류로, -60~-50도의 극한 한파를 품고 있다.

이 폴라 보텍스가 차가운 공기덩어리를 남쪽으로 불어내며 세계 각지에 이상한파를 초래하고 있다. 실제 12월에 이상고온 현상을 보였던 동북아와 동유럽, 미국 동부는 모두 1월 들어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19일 최저기온이 미국 시카고 -16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17도까지 내려갔고 일본 도쿄엔 전날 폭설이 내렸다. 폴라 보텍스는 지난 2014년 1월에도 미국·캐나다를 덮쳐 미네소타주(州) 기온을 -40도까지 떨어뜨리고 나이아가라 폭포까지 얼려 놓았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극 제트기류 약화로 극지방 한기가 한반도까지 내려온 상황"이라며 "한반도 동쪽에 거대한 고기압이 담벼락처럼 대기 흐름을 막아 한파가 다음 주까지 이어지겠다"고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19일 우리나라 5㎞ 상층으로 -35도 내외의 찬 공기가 내려와 머무르고 있다.

◇북극 더워져 한반도 추워지는 '역설'

북극에 머물러야 할 폴라 보텍스가 세력권을 넓히는 배경에는 지구온난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북극 얼음 면적이 줄어든 것과 직접 관계가 있다. 지난 12월 북극 얼음 면적은 1230만㎢로, 관측 사상 네 번째로 작은 면적을 기록했다. 얼음이 줄면 극지방의 평균기온이 올라간다. 얼음은 태양열을 80% 이상 반사하는 반면 바다는 태양열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극지방의 온난화는 다른 지방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북극의 기온 변화가 폴라 보텍스의 확장 같은 이상 기상 현상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민간 기상업체 케이웨더의 반기성 예보센터장은 "지구온난화의 특징은 기상의 진폭을 크게 만드는 것"이라며 "한반도에서는 예전의 '삼한사온'처럼 규칙적이던 패턴이 다 흐트러지고 열탕·냉탕을 오가는 듯한 온난화 부작용이 점점 현저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 센터장은 "아직 한파가 절정에 못 미쳤다"며 "주말쯤 서울 기온이 -17도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고 예보했다.

폴라 보텍스(polar vortex)

북극·남극지방을 소용돌이처럼 휘도는 최대 지름 6000㎞의 한랭기류. 기온은 영하 50~60도에 달한다. 평상시엔 극지방을 감싸고 있는 제트기류에 의해 극지방에 갇혀 있으나,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남쪽으로 한기를 내려보낸다.  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