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2.19 03:00
[마감날 문득]
저 새벽 동창(東窓)의 푸른 기운처럼 스미는 전주가 이윽고 끝나면 "아마 나는" 하고 노래가 시작되겠지,
하고 기다리는데 그 짧은 키보드 연주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길게 느껴졌다.
심장에서부터 작은 돌기들이 솟아올라 온몸으로 퍼지며 소름의 영역을 넓혀 갔다. 조용필은 기어코 "아마 나는" 하고
입을 뗄 것이고 또 그래야만 노래 '고추잠자리'가 시작될 것이지만, 롤러코스터가 정점을 찍고 내려갈 때의 그 짜릿한
요의(尿意)가 두려운 것처럼 그 기다림은 즐거우면서도 불길했다.
드디어 조용필이 "아마 나는" 하고 노래를 불러 예의 환호성이 터졌을 때 온몸을 미세한 벌레 수만 마리가 확 훑고 지나가는
듯한 그 느낌이 묘하게 중독적이어서 공연 끝나고 난 뒤에도 아이팟에 담긴 '고추잠자리'를 무한 반복해 들었다.
지난 12일 조용필 서울 공연을 보며 그간 대단한 사람으로 생각했던 조용필이 약간 무섭게 느껴졌다.
내년 66세가 되는 그는 이번 무대에서 약해진 음압(音壓)을 창법으로 제압하며 노래했다. 평생 30대 초반의 절창(絶唱)을
들려줄 것 같던 조용필도 성대라는 신체기관의 노화를 언제까지고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음압이 떨어지면 비트가 비교적 약한 곡들로 골라 부르면 그만이다. '그 겨울의 찻집'이나 '돌아와요 부산항에'만 해도
굵은 목소리를 내는 부분이 적다. 조용필은 "1990년대 TV 활동을 중단한 뒤 발표했던 곡들을 들려 드리겠다"면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곡들을 여럿 불렀다. 하나같이 비트가 강한 노래들이었다. 펑크록(funk rock) 명곡인 '장미꽃 불을 켜요'를 부를 때는
곡의 무게에 눌리지 않으려고 오히려 노래 를 꾹꾹 눌러가며 불렀다. 노래야, 덤벼라.
내가 너 하나 쓰러뜨리지 못하겠느냐 같은 결기마저 느껴졌다.
이 사람은 도대체 누구이기에 이렇게 자신과 싸우는 것일까. 두 달여 전 만났을 때 그는 허리와 발이 좋지 않아 재활 치료를
받아가며 공연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조용필이란 예술가를 존경해 왔으나 이젠 경외심(敬畏心)이 든다.
그는 무서운 사람이다. 조닷
- 조용필 가수
- 출생 1950년 3월 21일, 경기도 화성
- 소속 YPC프로덕션(대표)
- 학력 경동고등학교
- 수상 2013년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
- 경력 YPC프로덕션 대표
- 관련정보 네이버[뮤직] - 관객을 매료시킨 가왕의 콘서트
- 사이트 공식사이트,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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