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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하모' - (외할머니와의 애틋한 추억) 지난 기억들 15'11/1/ yellowday

yellowday 2015. 11. 1. 11:07

 

 

 

 

 

 

외할머니와의 애틋한 추억

 

 

외할머니!

외할머닌 얼굴은 정말로 고우신데 손이 좀 커요

내가 할머니 닮았나 봐요.

 

'하모하모'

 

그런데 할머닌 마음씨가 어찌 그리 좋으세요?

나도 할머니 닮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

 

'하모하모'

 

아래로 연년생 남동생이 태어나면서부터

나는 외할머니와 지내는 시간이 더욱 많아졌다.

외갓댁이 바로 옆에 있었기에 조석으로 할머니께 드나들면서...

 

가을엔 벼메뚜기를 잡아 강아지풀에 꿰어선 잿불에 구워 주시기도 하셨고

이른여름 마늘뿌리가 채 영글기도 전에 캐어서는 아궁이에 넣고 말랑말랑하게 구워 주시곤 하셨지. 

풋감은 익기 전에 떨어진걸 주워 독에다 물과 함께 담가두면 수온이 올라 가면서 

떫은맛이 우러나 제법 먹을만하니 맛이 좋았었다.

그 시절엔 별다른 간식꺼리가 없었으므로 주위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모든건 우리의 주전부리가 되었다.

 

명절이나 제사를 지낸 후면 곶감이나 홍시를 실겅에 감춰 두었다가 내게만 주시곤 하셨는데...

내가 중학 2년 때 그만 돌아 가셨다.

그런데 철없던 나는 외할머니 장례식날 결석이 두려워 학교에 갔었다.

그리고 산소에도 몇번 가 보질 못했다. 이런 불효가 또 있을까

은혜갚은 까치만도 못한 손녀딸 지금이라도 용서해 주세요! 할머니!

 

그런데, 그 때는 소상까지 조석으로 삭망상식()을 올리는 풍습이 있었다.

가을겆이가 한창일 때라 일손이 바빠 내가 외숙모님 대신 우리집에서 저녁상식을 들고

텅 빈 외갓댁 할머니 빈소에 불을 켜고 상식을 올려야 했다.

외갓집은 넓기조차해서 어두운(전깃불도 안들어 오는 산골이였으니) 마당을 상식상을 머리에 이고(낮게 들면 안된다 하여)

혹시라도 돌뿌리에 채일까봐 조심조심하며 아랫채에 있는 할머니 빈소에 문을 열고 들어간다.

모골이 송연하고 머리끝이 쭈삣쭈빗 서는걸 느꼈지만 생전에 이뻐해 주시던 할머니 모습을 떠올리며

내색치 않으려고 안간힘을 써보지만 상식을 올리고는

다리야 날 살려라! 하며 냅다 뛰어온 철없던 시절의 기억이다

 

여태 살아 가면서 우리 외할머니만큼 인자하시고 고운 할머닐 뵙질 못했다.

나도 이제 슬하에 손주가 댓명 되니 외할머니 같은 할머니가 되고자 노력하지만

때로는 일곱살짜리 손주와 맞설려는 철없는 할미가 되어 있으삼가 또 삼가해야겠다.

 

이 가을과 함께 나의 의식도 좀 더  성숙하고 아름답게 물들어 가고싶다!       지난 기억들 15'11/1 yellowday

 

 

* '하모하모' : '오냐, 그래,'의 경상도 사투리. 상대방의 말에 맞장구를 칠 때 하는 말.

   삭망() : 음력 초하루와 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