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界의 觀光地

자전거로 떠나는 일본 속의 한국사 탐방-규슈편 1일차

yellowday 2015. 9. 20. 21:34

입력 : 2015.09.14 17:09

1일차 : 다자이후(太宰府) - 수성(水城) - 오노조(大野城) - 간제온지(觀世音寺) - 다자이후텐만궁(太宰府天満宮)

자전거로 떠나는 일본 속의 한국사 탐방-규슈편 1일차 (Photographer 강성철·임정환 / 동영상취재 임정환PD)

일본 규슈 북서부지역 사가현을 다녀왔다. 온천과 먹거리로도 유명하지만 부산과 직선거리가 200km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역사적으로 한반도와 관련된 유적들이 현 내 곳곳에 남아있어 자연 관광과 더불어 문화관광을 둘러보는 것이 가능하다.

이번 여행은 자전거로 가는 ‘일본 속의 한국문화 유산 답사’ 여행의 일환으로 자전거 전문가와 함께 탐방코스 사전 답사의 형식이었다. 3박 4일의 일정으로 후쿠오카현의 중부에 위치한 다자이후(太宰府)시에 있는 7세기 후반 규슈지역을 다스리는 지방행정관청인 다다이후 청사터, 백제 멸망 후 망명 온 백제인들이 쌓은 수성(水城)과 오노성(大野城)을 둘러보고 간제온지(觀世音寺), '스가와라 미치자네(菅原道眞)'를 학문의 신으로 받드는 텐만궁의 총본산인 다자이후텐만궁(太宰府天満宮)을 돌아보았다.


	자전거로 떠나는 일본 속의 한국사 탐방-규슈편 1일차

다음날 사가현의 청동기 시대의 유적지 요시노가리(吉野ヶ里), 일본에 한자와 논어를 전한 백제의 왕인박사를 모신 왕인신사(王仁神社), 일본 최초로 자기(磁器)를 만들어  도조(陶祖)로 추앙받는 이삼평 기념비가 있는 아리타(有田)와 이마리(伊万里)를 찾아 조선도공의 발자취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지금은 성터만 남아있는 임진왜란 정유재란 때의 침략기지 히젠 나고야성(肥前 名護屋城)터와 박물관을 둘러보았다. 요부코(呼子) 항에서 배를 타고 가카라시마(加唐島)에 가서 백제 무령왕 탄생지를 돌아본 후 가라쓰(唐津)에서 머물며 가라쓰만(唐津灣)의 해안선에 1백만 그루의 무지개 형태로 늘어선 소나무 숲, ‘니지노 마츠바라(虹の松原)’를 거닐며 주변에 무학성(舞鶴城)이라는 별칭을 가진 가라쓰성(唐津城)을 답사하는 일정이었다.


	답사의 시작인 후쿠오카시 하카다항 국제터미널
답사의 시작인 후쿠오카시 하카다항 국제터미널 / 강성철 기자

후쿠오카시 하카다항에 오후 2시30분경 도착해서 출국 수속 후 나온 시간은 대략 오후 3시. 섭씨 37도의 그야말로 찌는 듯한 무더운 날씨였다. 우선 일정상 다자이후로 가기로 했다.

다자이후는 후쿠오카현 후쿠오카시(福岡市)의 남동쪽 약 16㎞ 지점에 위치한다. 현재 인구는 약 7만여명으로 작은 도시지만, 약 1,300년 전 당시의 다자이후에는 규슈지방 전체를 다스리는 다자이후(大宰府: 당시는 ‘오호미코토모치노쓰카사’라고 훈독) 라는 관청이 나라와 헤이안 시대(8~12세기) 까지 약 500년 동안 있었고 당시 일본에선 교토 다음으로 중요한 행정기관이었으며 또한 외국의 침략을 수호하는 변경방위의 전초기지였고 외교 업무 교섭 창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다자이후는 664년 백제부흥군의 원군 요청으로 백제·왜의 연합군과 나당연합군과의 싸움인 백촌강(白村江: 지금의 금강하구) 전투에서 왜가 패하자, 백제 귀족과 백성들이 일본으로 망명, 이곳 규슈에 와서 나당연합군의 침략에 대비해 ‘미즈키’라고 하는 백제식 토성인 수성(水城)과 다자이후의 북쪽 시오지산(四王寺山)에 백제식 산성인 오노조(大野城)를 축성하면서 함께 탄생한 것이다. 수성(水城)과 오노조(大野城)는 다자이후 청사를 수호하는 방위 시설이었다.


	백제식 토성인 미즈키(水城)와 미즈키 유적 표지판
백제식 토성인 미즈키(水城)와 미즈키 유적 표지판 / 강성철 기자

하카타항에서 약18km, 자동차로 약 20여분 남쪽 방향으로 내려가다가 보니 길가에 ‘역사유적 水城’ 이라는 표지판과 함께 주차장이 보인다. 주차장 건너편 잘려나간 수성의 언덕에 올라보니 길 건너 수성이 있던 자리에는 숲이 우거져 있다. 그 자리에 당시 높이 10m, 길이 1.2km의 토성을 쌓고 안팎으로 도랑을 깊이 파 물을 채워 해자(垓字)가 되게 해 방어벽 역할을 하도록 만들었다. 하카다항으로부터 들어오는 적들로부터 다자이후 시내를 막는 바리케이드 역할을 하는 토성이 있었던 곳이다.  해자가 있던 주변은 이제 논밭으로 둘러싸여 있다. ‘역사유적지’라는 표지판이 없었다면 그저 시골의 흔한 풍경에 지나지 않았을 터. 당시의 절박한 상황은 이제 세월속에 묻혀 있는 듯하다.

나당연합군에 패한 후 일본 정부가 설치한 다자이후 관청이 있던 청사터로 이동했다. 청사가 언제 세워졌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대략 7세기 말에 축조된 것으로 1968년 발굴로 폐허가 된 청사터에 주춧돌을 제자리에 배치하고 유적공원으로 조성했는데 그곳 현장의 주춧돌만 봐도 당시 청사의 규모가 얼마나 방대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자이후의 북쪽에 위치한 시오지산(四王寺山)에 축조한 산성인 오노조(大野城)로 가는 길은 꽤 경사가 가파른 길이었다. 자동차로 그곳에 힘들게 도착해 내려다보니 과연 산성답게 수성(水城), 다자이후 청사, 다자이후텐만궁(太宰府天満宮)도 보이고 다자이후 시내를 볼 수 있는 조망이 뛰어난 곳이었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하카다항도 보인다고 한다. 산성은 지금도 일부는 형태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수성을 쌓은 다음 해인 665년 당시 백제장수가 백제식으로 산지형의 절벽을 이용해 토루를 쌓고 석축을 쌓은 산성으로 성안에는 건물을 세웠다. 둘레가 8km에 이른다고 한다.

다자이후는 백제가 나당연합군에 패한 뒤 망명한 백제 유민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으로 그들의 한과 혼이 어린 유적지이다. 그 당시 백제 신라 당나라 왜가 뒤엉켰던 동아시아의 치열한 역사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제 다자이후텐만궁(太宰府天満宮)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간제온지(觀世音寺)에 들러 가기로 했다. 이 사찰에는 여자 천황인 사이메이(齊明)천황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백제를 돕기 위해 구원군으로 출정하던 사이메이천황이 급사하자, 그의 아들 텐지(天智)천황이 어머니의 명복을 빌기 위해 간제온지의 창건을 명하고 80년이 지나 나라시대인 746년에 건립한 천태종 사찰이다.


	백제를 돕기 위해 구원군으로 출정하다 사망한 여자천황 사이메이천황의 위패를 모셔둔 절 '간제온지(觀世音寺)'
백제를 돕기 위해 구원군으로 출정하다 사망한 여자천황 사이메이천황의 위패를 모셔둔 절 '간제온지(觀世音寺)' / 강성철 기자

	간제온지 경내에 있는 국보로 지정된 일본 최고(最古)의 범종
간제온지 경내에 있는 국보로 지정된 일본 최고(最古)의 범종 / 강성철 기자

당시에는 일본 최대 사찰인 나라의 도다이지(東大寺)와 견줄 만큼의 규모를 지녔다고 한다. 경내에는 국보로 지정된 일본 최고(最古)의 범종이 있는데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교토 묘신지(妙心寺) 범종과 형제라고 불린다고 한다. 1996년 ‘일본의 소리 풍경 100선’ 중 한 곳으로 선정되었다.


	‘학문의 신'이라 불리는 '스가와라 미치자네'를 모시고 있는 다다이후텐만궁
‘학문의 신'이라 불리는 '스가와라 미치자네'를 모시고 있는 다다이후텐만궁 / 강성철 기자

텐만궁은 '스가와라 미치자네(菅原道眞, 845~903)'라는 실존 인물로 어려서부터 신동으로 뛰어난 문장과 학식을 갖추고 인품이 훌륭한 학자로 사후 천신으로 신격화해 ‘학문의 신’으로 모시고 있는 곳이다. 입시 철이면 수험생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합격을 기원하며 다녀가는 곳이라고 한다.


	수험생들의 합격을 기원하는 부적. '다다이후텐만궁'은 입시 철이면 수험생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합격을 기원하며 다녀가는 곳이기도 하다.
수험생들의 합격을 기원하는 부적. '다다이후텐만궁'은 입시 철이면 수험생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합격을 기원하며 다녀가는 곳이기도 하다. / 강성철 기자

텐만궁 주변은 1500년 이상을 자랑하는 녹나무와 매화가 우거진 숲이다. 봄이 되면 본전 앞에 홍매와 백매가 피고 뒤쪽 매화 밭에는 여러 품종의 매화가 향기를 풍기며 피어나는 매화 명소라고도 한다. 비구니 노파가 귀양살이의 스가와라를 위로하기 위해 매화가지에 구운 찹쌀떡을 얹혀주었다는 전설로 명물이 된 찹쌀떡 ‘우메가에모치(梅ヶ枝餠)’도 주변 상점에서 한 번 먹어볼 만하다. 텐만궁 바로 옆에는 규슈국립박물관이 있어 들러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이제 숙소로 향했다. 사가시(佐賀市)에 있는 온크리호텔인데 가는 길이 계곡도 있고 온통 산이라 마치 강원도 산골 길 같아 정겹다. 그렇게 1시간반 이상을 달려 도착한 곳은 산으로 둘러싸인 대자연 속에 6층짜리 호텔이 덩그마니 앉아 있다. 사람들도 보이지 않고 조용하다 못해 적막하다. 객실은 일본식 다다미로 정갈하고 단아하게 꾸며져 있다. 창문을 여니 앞에는 계곡과 우거진 숲이 보이고 달리 말이 필요없이 힐링이 되는 듯하다.

저녁 식사는 일본식 정식인 가이세키로 유기농 야채와 고기, 싱싱한 생선회가 어울어지는 그야말로 웰빙식이어서 좋았다. 식사 후에 밤하늘을 보면서 노천에서 즐기는 온천은 대자연속에 하나가 되는 듯한 색다른 느낌이었다  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