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亭子

'다음' 떼고 가는 카카오

yellowday 2015. 9. 1. 21:21

입력 : 2015.09.01 19:27 | 수정 : 2015.09.01 19:30

20년간 한국 인터넷 산업을 이끌었던 ‘다음’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다음카카오는 이달 23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사명(社名)을 ‘카카오’로 바꾸는 안건을 상정한다고 1일 밝혔다. 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될 경우 작년 10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가 합병한 이후 1년 만에 ‘다음’이라는 이름이 사명(社名)에서 빠지고 카카오로 단일화되는 것이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그동안 웹(유선인터넷)을 대표하는 ‘다음’과 모바일을 대표하는 ‘카카오’가 회사명에 혼재돼 있어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이야기가 많았다”며 “모바일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사명 변경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 앱택시 서비스인 카카오택시 등을 중심으로 한 모바일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포털(daum.net) 서비스와 모바일 앱(응용 프로그램) 등에서 사용 중인 ‘다음’이라는 이름은 그대로 남는다.

다 카카오 측은 “서비스에서는 다음이라는 브랜드를 계속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995년 이재웅 창업자가 설립한 ‘다음커뮤니케이션’은 한국 인터넷 산업에서 선구자 역할을 한 기업이다. 1997년 이메일 서비스 ‘한메일’을 선보인 데 이어, 1999년 온라인 커뮤니티 ‘다음카페’, 2000년 포털 서비스 ‘다음’을 내놓아 인기를 끌었다. ‘웹툰(webtoon)’ 역시 2003년 다음의 ‘만화 속 세상’이라는 서비스를 통해 세계 최초로 등장했다.

하지만 영광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검색에서 네이버에 밀린 데다, 이재웅 창업자가 2008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업계 영향력이 크게 떨어졌다. 모바일 메신저 ‘마이피플’은 ‘카카오톡’에 밀려 시장에서 큰 반응을 얻지 못했고, 모바일 검색은 네이버에 이어 구글에까지 밀리는 상황에 처했다.

다음은 작년 10월 카카오와 합병해 ‘다음카카오’로 다시 태어났다. 하지만 올 들어 마이피플을 비롯해 ‘다음 클라우드’, ‘다음 캘린더’ 등 다음 브랜드를 단 서비스를 대거 종료하면서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다음 색 빼기’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여기에 다음 출신의 최세훈 공동대표도 곧 물러날 예정이어서 카카오 측이 다음을 완전히 ‘접수’하는 모양새가 됐다.             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