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亭子

'인생짤' '금사빠녀'를 아시나요?

yellowday 2015. 3. 25. 21:16

입력 : 2015.03.25 19:17 | 수정 : 2015.03.25 19:32

“저 ‘뇌섹남’이 ‘먹스타그램’에 올려놓은 ‘인생짤’ 봤어? 그 사람도 ‘부먹파’인 모양인데 ‘노관심’인 척했지만 정말 ‘심멎’이네. 나도 ‘금사빠녀’인가 봐.”

작은따옴표 친 단어들을 몰랐다고 실망하거나 분개할 필요는 없다. 국립국어원이 지난해 미디어에 등장한 신어(新語) 334개를 수집해서 최근 발표한 자료집에 나오는 말들이다. 국립국어원은 매년 신어를 조사한 뒤 지속적 사용 여부를 관찰해서 사전 등재와 표준어 여부를 결정한다. 곧바로 사전에 실리는 건 아니지만 일단 ‘후보’에는 올랐다는 의미다.

작은따옴표 친 단어 7개는 순서대로 ‘뇌가 섹시한 남자’ ‘음식 사진을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에 올리는 일이나 그 서비스’ ‘인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잘 나온 사진’ ‘탕수육을 먹을 때 튀긴 고기 위에 소스를 부어 먹는 사람의 무리’ ‘관심이 없음’ ‘심장이 멎을 만큼 멋지거나 아름답다’ ‘금방 사랑에 빠지는 여자’를 뜻한다. 이런 말까지 쓸데없이 만들어서 사용하고 발표할까 싶지만 자세히 보면 몇 가지 트렌드가 발견된다.

우선 특정한 행동 양상을 보이는 사람들을 일컫는 낱말이 27%(92개)에 이르렀다. ‘오포 세대’(생활고 때문에 연애·결혼·출산·인간관계·주택 구입 등 다섯 가지를 포기한 세대) ‘앵그리맘’(자녀 교육과 관련된 사회문제에 분노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여성)이 대표적이다. 다음으로 경제 문제를 반영한 단어도 24%(80개)나 됐다. ‘임금 절벽’(물가는 오르는데, 임금은 오르지 않아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또 인터넷과 SNS에서 유래한 단어도 14%(47개)였다. ‘모루밍족’(제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살펴본 뒤 모바일에서 사는 사람들)이나 ‘광삭’(빛의 속도로 빠르게 삭제함)이 여기에 속한다.

‘금사빠녀’나 ‘인생짤’처럼 천박하거나 경박한 느낌이 드는 신어도 눈에 띈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은 “신어 조사를 통해 우리말의 변화 양상을 관찰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신어 자료집은 홈페이지(www.korean.go.kr)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