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완전정복
배추의 역사
배추는 본래 서양 채소였다. 지중해 지역에서 중앙아시아 지역을 거쳐서 중국에 전파된 것이 우리나라까지 들어온 것이다. 우리가 즐겨 먹는 양배추,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등도 지중해 지역에서 분화돼 전파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배추와 관련된 문헌 기록들은 기원전 10세기부터 기원후 4세기, 주·한·진 시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진나라 시대 ‘남방초목상’의 기록이 처음이고 ‘제민요술’에는 배추 심는 법이 무와 같다고 적혀 있다. 즉 7세기경 중국 북부지방의 ‘순무’와 중국 남부의 ‘숭(菘)’이 중국 북부 양주에서 자연 교잡돼 나타난 배추가 시조라는 것이다. 이후 16세기 반결구 배추, 18세기 결구 배추가 등장하면서 결구성을 지닌 배추의 시조는 중국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배추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13세기경 ‘향약구급방’에 있다. 고려 고종 때 발간된 책으로 원시형 배추를 뜻하는 ‘숭’이라는 표현이 나오며 약용으로 쓰였다고 기록돼 있다. 조선 시대 문헌인 ‘훈몽자회’에도 중국에서 도입된 무역품의 하나로 숭채 종자가 포함되어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후 중종, 순조 때에도 중국으로부터 숭채 종자가 수입되었다는 기록을 찾아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국내에서는 종자 생산이 어려웠다고 예측할 수 있다. 정조 때 실학자 박제가는 배추는 북경에서 종자를 가져다 심어야 좋은 것이 되고 농가에서 채종한 종자를 3년 계속 심으면 순무가 된다고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 배추의 원조는 중국에서 도입된 반결구 배추가 토착화 되면서 탄생한 개성배추다. 1800년대 도입돼 채소 재배 기술이 가장 앞선 개성을 중심으로 해 재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900년대에 들어서 생산이 활발했던 서울 지방으로 옮겨지면서 개량된 서울배추가 나왔고 중부 이북의 개성배추와 함께 유통되기 시작했다. 1931년 발간된 ‘조선총독부농업시험장 25주년 기념지’에는 재배 배추 중 유명한 것은 경기도의 개성배추와 경성배추 2품종이라는 기록이 남아있기도 하다.
조선배추의 탄생을 이끈 김치
우리 김치의 역사는 매우 오래됐지만, 지금의 빨간 양념의 배추김치를 먹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0여 년 정도다. 전 세계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채소를 절여 보관하는 방식에서 발달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가지 채소를 이용했는데 고려 시대에 들어서 파, 마늘 등 향신채 재배가 증가함에 따라 종류가 다양해졌다.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을 보면 외, 가지, 순무, 파, 아욱, 박을 이용한 각기 다른 담금법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1670년경의 ‘음식디미방’에서도 배추김치에 대한 내용은 없다. 18세기에 들어서야 배추김치가 등장하는데 이는 중국배추나 개성배추를 이용한 것이다. 19세기까지 배추는 김치의 주재료가 아니었으나 채소 재배와 육종 기술이 발달한 20세기에 들어 주재료로 자리 잡았다.
기능성 성분 내재한 웰빙 식재료로 주목받아
최근 들어서는 김치와 배추가 건강식품으로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김치가 현대인들의 고민거리인 암과 노화, 비만 등을 예방하기 때문이다. 2008년 미국 건강 전문지 ‘Health’에서는 세계 5대 건강식품중 하나로 김치를 선정하기도 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P)에서는 만성 질병에 대한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과일과 채소를 선정하기 위해 47개 품목의 칼로리 대비 영양 비율을 파악했는데 배추가 그중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배추는 비타민, 미네랄, 섬유질, 시스틴 등이 풍부해 영양상으로도 손색이 없는 채소다. 비타민A·C가 풍부한데 녹색 잎 부위에 많이 들어있다. 배추 100g만 섭취해도 하루 권장량의 비타민C를 거의 채울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양을 내재하고 있기도 하다. 조리 후에도 손실이 적은 편이며 감기 예방과 피부 미용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 ‘동의보감’에는 숭채가 음식을 소화시키고 기를 내려 장위를 통하게 하며 소갈을 멎게 한다고 기록돼 있기도 하다. 또한 배추는 비타민A로 변하는 카로틴과 칼륨, 칼슘, 철분 같은 미네랄이 많다. 이는 체액의 중화를 돕고 고혈압을 예방한다. 섬유질은 장에서 세균 번식을 막고 장 기능을 활성화시켜 과민성 대장염에 좋다. 배추의 구수한 맛은 아미노산의 일종인 시스틴에서 나오는데 항산화와 해독작용을 하고 숙취 해소를 도와준다.
무엇보다 배추는 항암물질인 글루코시놀레이트를 다량 함유하고 있다. 단순히 항암 기능뿐 아니라 항균과 살충 작용을 하는 기능성 성분이다. 배추를 비롯해 양배추, 무, 브로콜리 등 배추과 식물에 많이 함유돼 있다. 국내에서 재배되는 배추 23개 품종에 모두 포함돼 있으며, 이외에 광범위한 암 억제 기능을 지닌 글루코브라신도 내재돼 있는 것으로 확인돼 있다.
한국에서 배추는 김치의 동의어로 생각할 만큼 김치 식재료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김치의 종류는 300여 가지가 넘으며 김치를 응용한 요리도 무궁무진하다.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 외에 배추과 채소를 소금, 식초, 장 등에 절이는 다양한 채소절임 음식이 있다. 독일의 사우어크라우트와 터키의 투루슈, 중국의 파오차이와 일본의 츠게모노, 동남아시아의 아차르 등이 바로 그것이다.
중국의 경우 ‘백채불여백채’라 하며 100가지 채소가 배추만 못하다고 여길 정도로 각종 요리에 배추를 많이 활용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배추는 김치뿐 아니라 다양한 조리법을 사용해 상차림에 구성한다. 배추로 무침, 볶음, 쌈 등을 하면 아삭한 식감을 극대화할 수 있고, 국물 요리나 찜을 하면 음식에 단맛을 더할 수 있다. 특히 배추로 국물 요리를 하면 구수하고 시원한 맛이 우러나 전골 요리와 우거지 된장국 등에 사용하면 좋다. 살짝 볶은 배추는 볶음 국수나 파스타에도 잘 어울리고, 배춧잎을 쪄서 고기소를 감싸면 배추 만두로도 만들 수 있다.
글·사진 제공 : 월간외식경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