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삿갓 장가들던 날.
김 삿갓이 방랑생활 중에 어느 산골에서 며칠 묵다가
마을 사람들의 주선으로 처녀장가를 가게 되었는데,
결혼하여 살림을 차릴 생각이 없었지만
처녀도 맘에 들고 마을 사람들이 적극 권유를 하는 통에
못 이기는 척 하고 작수성례(酌水成禮)를 하고 신방에 들었다.
신방은 황홀하였고 신부는 아름다웠다.
즐거운 신혼 밤 운우의 정을 맘껏 즐기고
아침을 맞은 김삿갓은 간밤의 신부가 맘에 걸렸다.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봐도 신부는 처녀가 아닌듯 하였다.
김삿갓은 신부가 지어준 아침 밥상을 물리고 앉아서
신부를 불러 말 없이 시 한수를 지어 내 밀었다.
"모중심처 필타과인" (毛中深處 必他過人)
터럭이 깊은 계곡을 필시 누가 다녀 간 것 같다.
(그렇다면 김삿갓도 총각이 아닌것 같다)
하였으니 신부는 몹시 자존심이 상하고 화가 치밀었다.
그렇다고 신랑 앞에서 화를 낼 수 는 없는 일이고 하여
조용히 지필(紙筆)을 당겨놓고 거침없이 글 한수를 적어서
신랑에게 던져주고 나가 버렸다.
후원황율 불봉절 계변양류 불우장, (後園黃栗 不蜂絶 溪邊楊柳 不雨長)
뒷뜰의 누런 밤은 벌이 건드리지 않아도 잘만 벌어지고
시냇가의 버드나무는 비가오지 않아도 크기만 잘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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