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12.06 03:01
최승희 연구하는 이영란 박사 "기념관·국제센터 설립이 꿈"
짙은 분장을 하고 부채를 든 채 춤 동작을 짓는 한 무용가의 사진이 있다. "1936년 영화 '반도(半島)의 무희(舞姬)'에 출연했을 때
모습이에요. 지금껏 흑백 사진만 전해져 왔는데, 이렇게 상태 좋은 컬러 사진은 처음입니다." 한국무용 연구가 이영란 박사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최근 어렵게 구한 이 사진은 1950년대 초 일본 잡지에 실렸던 것으로,
주인공은 전설적 무용가 최승희(崔承喜)다.
최승희국제문화교류협회장인 이 박사는 올해 연구서 '최승희 무용예술사상'(민속원)을 내는 등 최승희 연구와 자료
수집에 몰두하고 있다. 올해 미국 국립문서보관소를 뒤지다가 또 새로운 자료를 찾았다. 28세 때인 1939년 파리에서 당시
유행하던 베레모를 쓰고 환하게 웃는 사진이다. "평상복을 입은 이렇게 자연스러운 표정의 최승희 사진은 아주 드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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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란(오른쪽) 박사가 최근 입수한 최승희 출연 영화 ‘반도의 무희’ 관련 자료를 설명하고 있다. 왼쪽 흑백 사진은 1939년 촬영된 최승희의 보기 드문 일상복 사진으로, 이 박사가 최근 찾은 것이다. /이영란 박사 제공·성형주 기자
이 박사가 2003년 미국 유학을 마치고 숙명여대에서 한국무용사를 강의할 때, 최승희가 1937년 프랑스에서 공연해
큰 반향을 일으킨 '보살춤' 사진을 보여줬다고 한다. "무용 전공 학생들이 다들 사진 속 손 동작을 따라 하느라
제대로 강의를 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강의에 도움 될 자료를 더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도서관들을 찾아다녔으나 쓸 만한 사진이 거의 없었다. 이때부터
세계에 흩어진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최승희가 1930년대 후반 세계 공연을 다니던 시기의 자료들이 있었다.
이렇게 전문가들 도움도 받아 수집한 자료가 140여 점이다.
왜 지금 최승희를 주목해야 하는가? 이 박사는 '반도의 무희' 사진이 실린 잡지에 일본인이 쓴 글을 눈여겨보자고 했다. '
그녀(최승희)는 조국을 잃은 민족의 슬픔과 향토에 뿌리 내린 민족적 춤을 근대무용이라는 예술로 승화시켜 표현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세계적 무용가 마사 그레이엄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최승희는 동양적 신비와 환상의 미학으로
경이로움을 준다'고요. 당시 최승희의 춤이 세계에 준 충격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박사는 "앞으로 '최승희 기념관'과 '최승희 국제센터'를 설립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내년에는 남북한 학자들이
참여하는 최승희 국제학술세미나도 계획하고 있다. "나라를 잃은 상황에서 고국 조선의 존재를 세계에 알리고
무용으로 이름을 떨친 최승희는 남북 문화 교류와 동질성 회복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조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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