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10.20 03:01
국립발레단 정기 공연 '교향곡 7번&봄의 제전'
남녀의 몸을 포개는 등 파격적인 장면 많아
16~19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국립발레단 제156회 정기 공연은 베토벤의 '교향곡 7번'과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한데 묶은 형식이었다. 둘 다 국립발레단 초연으로, 강수진 예술감독이 고른 첫 프로그램이다. 무대는 우베 숄츠(1958~2004)가 안무한 '교향곡 7번'으로 먼저 열렸다. 모든 무용수가 솔리스트 역할을 하는 네오클래식으로, 남녀 무용수 12쌍이 보여준 움직임은 세련되고 아름다운 선(線)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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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향곡 7번’의 주역 무용수 김지영과 김현웅. /국립발레단 제공
발레 '교향곡…'은 '카르멘'이나 '지젤' '백조의 호수' 같은 드라마틱 발레와 달리 온전히 춤으로만 승부하는 작품이다. 정확한 움직임이 생명이다. 정확성이 없으면 베토벤 음악 특유의 정밀함도 덩달아 사라져버려서 이도 저도 아니게 된다. 수석무용수 김지영·김현웅의 탄탄한 기본기가 테크니컬한 춤과 만나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오밀조밀 다져진 몸으로 감정의 진폭을 다채롭게 보여준 여성 무용수들의 완성도가 특히 높았다. 그 움직임의 힘 덕분인지 공연 시간 40분이 쏜살같았다. 김지영의 잔실수가 다소 아쉬웠다.
이어진 '봄의 제전'은 몸의 극한을 시험했다. 원작은 봄의 신을 예찬하기 위해 살아 있는 소녀를 제물로 바치는 의식. 그러나 안무가 글렌 테틀리(1926~2007)는 남성 무용수를 제물로 바쳤고, 극 전체적으로 근육질 몸매의 남자들이 다양한 몸짓으로 출렁거렸다. 쿵쾅거리며 튀어오르는 금속성 음악, 남자의 몸 위에 여자가 몸을 포개는 동작 등 고전 발레에서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이 거듭됐다. 동틀 무렵의 어슴푸레한 조명 아래서 군무는 불규칙적으로 번져나갔다.
발레 '봄의…'는 원시적 생명력이 핵심인 작품이다. 40분 내내 온몸을 쉼 없이 움직여야 하는 탓에 무용수들이 연습 도중 수시로 토할 정도로 에너지 소모가 크다. 실제로 공연 도중 무용수들이 힘에 부쳐 내뱉는 거친 숨소리가 객석에 고스란히 전달됐다. 격한 무게감으로 볼 수도 있는 부분이었으나 그만큼 온전히 체력을 키우지 못한 듯했다. 음악이 워낙 강렬하다 보니 동작이 음악에 끌려간 듯한 점도 안타까웠다. 그러나 제임스 터글(Tuggle)이 지휘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는 흠잡을 데 없었고, 국내 관객에게 낯선 안무가의 작품이 새로운 레퍼토리로 개발된 점도 반가웠다.
강수진 예술감독의 이번 파격은 국립발레단이 세계 정상급 발레단으로 성장하려면 반드시 치러야 할 통과제의(通過祭儀)였다. 조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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