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은 할수록 더 깊어지는 감정
상대가 바뀔 거란 기대는 하지 말고 거절하는 연습·자기 관리부터 하라
세계보건기구(WHO)가 21세기 최대 위험으로 지목한 것은 에볼라 바이러스도 에이즈(AIDS)도 아니고 직업적 스트레스다. 정신과 전문의 최명기 울산대 교수가 쓴 '걱정도 습관이다'(알키)는 걱정을 달고 살던 사람에게 '멘탈 갑(甲)'으로 거듭나는 법을 일러준다. 독일 저널리스트 크리스티나 베른트의 '번아웃'(유영미 옮김, 시공사)은 우울한 상황을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걱정의 뿌리를 찾아라
근심은 몰두하면 할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늪이다. 일을 맡기곤 끝없이 확인하는 사람들이 있다. "의심이 들어 확인하려는 심리는 가려울 때 긁는 행동과 같다"고 최 교수는 말한다. 당장은 가려움이 잦아들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더 가려워진다. 걱정을 사서 하는 셈이다. 닦달하는 상사는 부하직원 입장에선 스트레스 덩어리다.
'걱정도 습관이다'는 의심 아래 놓은 '뿌리 감정'을 찾아내 바로잡으라고 말한다. 우리를 지배하는 감정은 나무로 치면 가지나 잎과 같다. 뿌리에 병이 깊으면 아무리 예쁘게 가지를 치고 잎에 물을 줘도 소용없는 짓이다. 이 책은 또 "상대가 바뀔 거라는 기대는 접으라"고 잘라 말한다. 두 사람 중 어느 한 쪽만 문제를 인식하고 일방적으로 상대를 고치려 할 경우 관계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 마음만 무너진다.
인간의 마음은 ①나도 알고 남도 아는 부분 ②나는 알지만 남은 모르는 부분 ③남은 알지만 나는 모르는 부분 ④나도 남도 모르는 부분 등 네 가지로 나뉜다. 나는 알지만 남은 모르는 치부를 감추려고만 하고 남은 알지만 나만 모르는 단점을 계속 부정하면 인생이 꼬인다. 반면 나는 알지만 남은 모르는 부분을 말하고 나는 몰라도 남은 아는 부분을 받아들일 때 사람은 성숙해진다.
◇번아웃을 막으려면
'번아웃'(Burnout)은 1970년대에 처음 등장한 용어다. 간호사처럼 남을 돌보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이 탈진 증상이 발견됐다. 사명감을 가지고 헌신적으로 일하다 피로와 압박감이 지나쳐 무기력해지고 일에 대해 냉소적으로 변해간다. 이 번아웃 증후군은 이제 모든 직업군에서 나타난다.
- 스트레스와 걱정이 쌓이면 마음은 저 성냥개비처럼 타들어간다. 무력해지고 일에 냉소적인‘번아웃’상태에 빠질 수 있다. /시공사 제공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견고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 그들도 때로는 힘겨워하고 바닥에 주저앉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다시 시작할 힘을 낸다. 회복탄력성도 학습할 수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베른트는 "적당한 스트레스는 예방주사처럼 좌절을 막아준다"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시간과 긴장이 풀린 편한 시간 사이에 적절한 균형이 요구된다"고 썼다. 자신이 할 수 있는 한계를 긋고 거절하는 연습,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
◇스위치 OFF
개인이 더 많은 자유와 결정권을 쥔 시대는 바꿔 말해 개인이 모든 것을 다 책임져야 하는 시대다. 스트레스와 걱정이 쌓여간다. 번아웃은 연료 부족을 경고하는 계기판을 무시하고 달리다 멈춰선 자동차와 같다.
우리는 사실 몽롱하게 살아간다. "그럭저럭 잘 지낸다"는 말로 자기가 처한 현실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한다. 이메일과 스마트폰 때문에 노동과 휴식의 경계도 흐려졌다. 몰두하거나 긴장하지 않는 '오프라인 상태'가 하루 중 얼마나 되는지 따져볼 일이다. 과할 땐 마음의 스위치를 'OFF'로 바꾸자. 이쪽 불을 꺼야 저쪽이 환해진다. 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