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8.26 14:14
경북 포항에서 청송으로 넘어가는 꼬부랑 고갯길에 속이 울렁거리고 귀가 윙윙거릴쯤이면 다다르는 경상북도 수목원. 포항과 청송을 왕래하며 '꼭 한번 가봐야지' 마음먹던 찰나 긴긴 휴가를 청송에서 보낸 덕에 잠깐 들르게 되었다. 그런데 긴 장승을 지나쳐 입구에 있던 안내 표지판을 보자 '잠시 다녀오겠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그 규모가 엄청났다. 1996년 55헥타르에 불과하던 것이 오늘날에는 3,222헥타르에 달하며 이는 수목원 중 국내 최대 규모에 속하며 이는 면적 단위 동양최대이며, 세계 2번째 면적이라고 한다. 한 번에 다 둘러본다는 것은 무리겠다는 생각에 욕심을 버리고 천천히 음미해 보기로 했다.
경북 포항시 북구 죽장면 내연산에 위치한 국내 유일의 고산수목원으로 내연산 자락 고랭지 채소밭을 시작으로 현재는 침엽수원, 활엽수원, 야생초원 등 총 22개의 전문 수목원으로 나누어져 학술연구 및 관찰, 생태체험장과 휴식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곳의 평균 해발은 630m로 고산지대에 위치한 수목원답게 잘 가꿔진 고산식물 70여 종을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식물원은 고산식물원, 울릉도자생식물원, 식용식물원, 수생식물원, 방향식물원으로 나뉘고 소원별로는 테마정원, 창포원, 침엽수원, 활엽수원으로 나뉜다. 이 중 울릉도자생식물원은 울릉도에 자생하는 식물을 식재하며 그 예로 우산고로쇠, 섬개회나무, 섬쥐똥나무 등이 있다. 수생식물원은 동서로 형성된 2개의 능선 사이로 Y자 계곡을 이용해 수생식물원을 조성하였는데 다양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경상북도 수목원의 입구에는 노란색 백합 '골든조이'와 오렌지색의 '오렌지픽시'가 활짝 피어있다. 안개가 자욱한 수목원 내에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하던 백합이었다.
백합 꽃밭을 지나자 이내 시야가 30m도 채 안될 정도로 안개가 자욱한 풍경이 펼쳐진다. 남편 말에 의하면 이곳에서의 안개 출몰은 낯설지가 않다는데 내겐 그저 신기하고 몽환적여서 영화의 한 장면으로 들어온 듯했다. 올곧은 소나무 사이로 피어난 안개 속으로 달려가던 영화 속 주인공이 걸음을 멈춰 나를 향해 뒤돌아 볼 것 같은 풍광이었다.
안개의 압도적인 풍경에 나는 참으로 운 좋은 사람이란 생각을 했다. 제아무리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라도 지금 이 순간, 내 눈앞에 펼쳐진 기묘한 풍경은 내가 이 시간에 이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여행을 하면서 처음으로 시간과 공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수목원 중심에 위치한 창포원. 6~7월에 개화하는 창포는 노란 꽃잎을 터트려 산책로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안개에 희미하게 보여 해가 지기 직전임에도 불구하고 이른 새벽을 연상시켰다.
새로 만든 산책로가 끝나면 오래된 나무 길이 나온다. 대충 박아 놓은 듯 한 나무길에는 경상북도 수목원을 다녀간 수많은 발자국이 희미하게 비췄다. 바람이 불어와 서걱서걱 소리를 내면, CF의 한 장면처럼 손을 뻗어 바람을 만끽하고 싶은 풍광이다.
물위를 걷기를 좋아하는 나는 천천히 나무길을 걸어갔다. 안개도 노오란 창포도 이 길이 끝날 때까지만 그 모습 그대로이길 바라며 이 시간 이 공간을 음미해 갔다.
창포원이 끝나면 삼미담 연못이 나타난다. 삼미담 연못은 안개에 쌓여 그야말로 백도화지같은 모습이었다. 연못 중간에는 '삼미담 독도 모형'이 있으나 아쉽게도 독도 모형은 볼 수 없었다. 삼미담 연못 맞은편에 위치한 잔디광장을 거쳐 철쭉원을 지나 전시온실로 갔다. 그런데 시간이 시간인지라 전시온실은 이미 문을 닫아 볼 수 없었다.
아이를 안고 있던 터라 수목원 관람을 서둘러 마무리 지어야 했으나 수목원에는 이 외에도 많은 볼거리를 자랑한다. 어린이체험정원, 산림욕장, 유실수원, 망개나무원, 목련원, 들국화원, 가로수원, 진달래원, 고산식물원, 침엽수원 등 이 있다. 만약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수목원에서 반대편 산자락인 보경사까지 이어지는 내연산 트래킹도 좋겠다. 시야가 좋은 날이면 포항 호미곶에서 경주 토함산까지 볼 수 있는 멋진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트래킹은 다음으로 기약하고 메세타콰이어 가로수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비밀이 숨어 있는 듯한 가로수길 끝에는 자욱한 안개가 스며들어 발걸음 걸음마다 새소리가 울렸다. 마음이 참 편안해진다. 복잡한 여행지보다 조용히 감상하고 느낄 수 있는 곳이 좋다. 아무튼 숨 쉬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곳이다.
INFORMATION - 경상북도 수목원
주소 :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죽장면 상옥리1-1
홈페이지 : http://www.gbarboretum.org
전화번호 : 054-262-6110
이용시간 : 10:00~17:00
이용요금 :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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