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 카메라, 카메라를 뛰어넘다
2부 - 기술을 위한, 기술에 의한 디지털 카메라
과거 필름 카메라 시절부터 카메라 경량화를 위한 노력은 계속됐다. 카메라 기술 발전의 역사는 카메라 경량화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브랜드를 막론하고 더 작고, 가볍게 만들면서 화질을 유지하는 것이 지상 과제였다. 사랑스러운 가족을 찍으려는 것이든, 여행지의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려는 것이나 상황은 마찬가지다. 크고 무겁우면 가지고 다니다가 꼭 필요할 때 찍을 수가 없는 노릇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미러리스' 카메라 열풍은 175년 카메라 역사가 낳은 필연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카메라 경량화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브랜드가 바로 올림푸스다. 그리고 오늘날의 올림푸스를 있게 해준 카메라가 바로 펜(PEN) 시리즈다. 주머니에 가볍게 넣어 다닐 수 있는 카메라라는 의미에서 이름 붙여진 펜 시리즈는 카메라 경량화의 대표 주자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올림푸스는 이 펜 시리즈를 앞세워 일본을 비롯한 유럽 일부 지역에서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DSLR 성능을 가졌지만, 콤팩트 카메라만큼 가벼운 하이브리드 카메라 시장을 처음 개척한 것도 올림푸스였다.
"카메라는 무겁다"는 통념을 깬 올림푸스
- 올림푸스 OM-1.
올림푸스의 플래그십 디지털카메라의 원조 격인 올림푸스 OM 시리즈는 1970년대 당시 SLR(Single-Lens Reflex, 일안반사식) 카메라가 갖고 있던 '크다'. '무겁다', '셔터 소리와 충격이 크다'는 3가지 큰 단점을 일축한 카메라라는 평가를 받으며 혜성같이 등장했다. 세계 최소·최경량 바디로 '별부터 박테리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촬영할 수 있다는 콘셉트로 OM 시리즈는 대 히트를 쳤다.
OM 시리즈의 초기 모델인 OM-1은 1973년 선보여 35mm 수동 필름 SLR 카메라 중에서 가장 작은 크기를 자랑하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작은 크기에 단단한 외관, 수동노출 방식으로 지금까지도 수동 필름 카메라 마니아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모델이다. 올림푸스 OM-D 시리즈가 이 카메라의 디자인을 기본으로 만들어져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천으로 된 셔터막 안의 리본을 얇은 줄로 대체했고, 미러 구동 충격을 흡수하는 에어 댐퍼와 집광 콘덴서를 생략하고 밑면이 굴곡진 펜타 프리즘 등을 채용하는 등 기술적으로 독특한 아이디어를 적용해 바디의 소형 경량화는 물론 셔터 작동 시 충격을 줄여 기존 SLR 카메라의 단점을 보완한 카메라였다.
10만 번 작동하는 내구성 높은 셔터, 경량화를 위한 철 소재 부식 방지 기술, 펜타 프리즘 가공 기술, 내구성 강화를 위한 열처리 및 표면 처리 기술 등 소형 카메라 제작을 위한 다양한 기초 기술들이 크게 발전한 계기가 됐다.
제품의 유명세만큼이나 재미난 일화도 가지고 있다. OM-1의 원래 이름은 M-1이었지만, 제품의 인기가 워낙 높아서 동일한 모델을 가진 라이카가 제품 이름 변경 신청을 해 올림푸스가 만든 M-1이라는 의미에서 OM-1으로 수정됐다.
- 올림푸스 OM-2.
올림푸스는 OM-1 시리즈의 인기에 힘입어 2년 뒤 조리개 우선 전자 제어 셔터(Automatic Exposure : 자동 노출)가 장착된 OM-2를 선보였다. 카메라로서는 세계 최초로 필름 면의 반사율을 측정하는 TTL(Through The Lens) 다이렉트 측광 시스템을 적용해 촬영 중 노출 제어가 바로 가능해졌으며, 특별히 고안된 전용 플래시를 이용한 자동 스트로브 조절까지 실현했다.
올림푸스는 당시 이러한 TTL 방식의 다이렉트 측광을 실현하기 위해 전 세계 모든 종류의 35mm 필름을 모아 필름의 반사율을 일일이 측정한 뒤, 셔터 막 인쇄 농도를 결정했다고 한다. 무시무시할 정도로 기술에 집중하는 올림푸스의 DNA는 이때부터 시작된 셈이다.
- 올림푸스 OM-4.
1983년 선보인 OM-4는 최대 8점의 멀티 스팟 측광 기능을 탑재한, OM 시리즈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당시 피사체와 배경의 밝기에 차이가 있는 촬영 환경에서 일반 AE(자동 노출)에 만족하긴 어려웠고, 피사체의 밝기를 모두 필름 톤으로 재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그러나 올림푸스는 이 영역에 도전해 성공을 거뒀다. 미묘한 빛의 밝기 차를 잡기 위해 고정 측광 패턴은 한계가 있었는데, 이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던 기술이 멀티 스팟 기구다. 빛의 자유로운 연출을 가능하게 한 전혀 새로운 차원의 카메라가 탄생한 것이다.
- 올림푸스 OM-3.
- 올림푸스 OM-3Ti.
이듬해 발매된 OM-3는 배터리가 없이 작동하는 기계식 카메라였다. 다른 카메라들이 대부분 전자식 셔터를 이용했지만, OM-3는 정밀도와 내구성 확보를 위해 기계식 셔터를 고집했다. 여기에는 1/2000초 고속 셔터를 구현할 수 있는 장점까지 있었다. 기존에 비해 속도 제어 장치와 저속 셔터 장치의 소형화도 이뤘다. 이후에 OM-3의 기능을 더 향상시키고 티타늄 바디를 적용해 견고하면서 경량화까지 실현한 후속모델 OM-3Ti가 1994년 선보였다.
올림푸스 OM 시리즈는 약 40년간 20여종의 시리즈를 선보이며 이른바 '카메라의 명기'로 불려 왔다. 2000년 대 들어 디지털 카메라가 널리 보급되면서 필름 카메라는 급격히 그 모습을 감추게 됐다. 이후 파나소닉과 함께 마이크로 포서드 규격을 개발하면서 대표 라인업인 펜(PEN) 시리즈를 미러리스 디지털 카메라로 변화시키는데 성공, 큰 인기를 끌었다. 뒤를 이어 등장한 OM-D 시리즈는 필름 카메라 OM 시리즈의 디자인과 성능을 계승해 전문 사용자들에게 호평받고 있다. 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