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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같은 '로로船(대형 카페리)' 위험 경고에도… 17년간 손놓은 해수부

yellowday 2014. 5. 1. 08:25

 

입력 : 2014.05.01 02:47

[국제해사기구, 차량 태우는 로로선 '7大 위험' 경고]

격벽 없고 車출입문 틈새 많아 바닷물 빠르게 유입될 가능성
높은 무게중심, 전복되기 쉬워

5년전 국제회의 참석한 해수부… 위험성 논의후 후속 조치 없어

선박·항만에 관한 UN 산하 국제기구인 IMO(국제해사기구)는 1997년부터 세월호와 같은 로로여객선의 위험성을 전 세계에 주지시켜왔다. 이에 따라 주요 선진국에서는 로로여객선 선원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과 운항 전 점검을 대폭 강화했지만, 우리나라 해양수산부는 어떤 대비책도 만들지 않아 로로여객선의 사고 위험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로로여객선은 해외에서 침몰한 전례가 여럿 나왔고, 배의 구조상 전복 위험이 높기 때문에 우리도 정부 차원에서 안전성을 감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로로여객선은 화물차를 직접 운전해 배 안으로 들어가는 화물칸을 아래층에 만들고, 그 위층에 승객 선실을 만드는 구조로 건조된다. 흔히 사용하는 용어인 카페리는 차량과 승객을 모두 싣는 여객선을 말하는데, 대형 카페리선은 대부분 로로선으로 건조된다. 국내에서는 인천~제주 항로에 투입된 세월호와 오하마나호가 모두 로로여객선이었고, 이외에 8척의 로로여객선이 더 운항하고 있다.

로로여객선이 위험한 7가지 이유

IMO는 7가지 이유를 들어 로로여객선이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7가지의 위험 이유가 세월호에 딱 떨어진다. 로로여객선의 위험성을 설명한 IMO 보고서를 보면 마치 세월호 침몰에 대한 사고 분석 보고서를 보는 듯하다.


	IMO가 지적한 로로선의 7가지 위험 요소. STCW협약에서 규정한 로로여객선 선원들의 4가지 자격.
첫째, 로로선은 수직 격벽(隔壁)이 없는 게 약점이다. 차량이 배 안으로 들어와 방향을 틀며 움직이는 공간을 만들어줘야 하기 때문에 중간에 벽을 만들기 어렵다. 선내에 바닷물이 유입될 경우 중간에 막아주는 장치가 없어 빠르게 침몰한다는 것이다.

둘째로 화물 차량 출입문의 틈새로 바닷물이 들어올 수 있다는 게 취약점이다. 임긍수 목포해양대 교수는 "세월호처럼 낡은 로로선은 출입문이 뒤틀려 틈새가 벌어져 있을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셋째에서 다섯째 위험 요소로는 순서대로 ▲높은 무게중심 ▲수면에 가까운 낮은 화물 갑판에 따른 침수(浸水) 가능성 ▲화물이 제대로 고정되지 않았을 경우 쏠림 현상이 꼽혔다. 해운회사의 한 임원은 "화물차마다 무게가 천차만별이고 부두에 도착하는 시각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좌우 무게를 적절히 배분해 싣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여섯째로는 구명 장비의 위치가 지적됐다. 로로여객선은 구명정이 맨 위 갑판에 있어서 위급 시 가동하기가 불편하다. 마지막 위험 요소는 선원이라고 IMO는 설명했다. 세심하게 주의해서 다뤄야 하는 선박이기 때문에 선원 실수에 의한 사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고도로 훈련된 선원이 필요하지만 자격 규정 전무

IMO가 로로여객선의 위험성을 지적한 1997년 이후 17년이 지났지만 해양수산부는 아직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2009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IMO 86차 해사안전위원회에서는 로로선 내부가 침수됐을 때 물이 빨리 빠지도록 배수 능력을 보강하자는 안건이 채택됐다.


	지난 15일 오후 세월호에 차를 싣는 모습.
지난 15일 오후 세월호에 차를 싣는 모습. 수익 대부분을 화물 운송에 의존하는 해운사들의 기형적 영업 방식이 지속되면 세월호 참사 같은 사고가 재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양경찰청 제공
이 안건을 낸 파나마 대표단은 로로선 8척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 결과 쉽게 전복된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당시 IMO 해사안전위원회에는 해수부 및 한국선급 간부 18명이 참석했고, 귀국 후 보고서에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적어놓기도 했지만 후속 대책은 없었다.

전문가들은 로로여객선에 대한 안전 규정을 따로 만들고 선원에 대해서는 보통의 여객선보다 훨씬 높은 자질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IMO는 STCW협약(선원의 자격 및 훈련 등에 대한 국제협약)에서 로로여객선의 선원이 갖춰야 할 자격을 명시하고 있다. 화물을 실었을 때 복원력을 계산할 줄 알아야 한다는 등의 고급 지식을 요구한다.

하지만 STCW협약은 국제협약이라 국경을 넘나드는 선박에만 적용될 뿐 세월호처럼 국내 연안에 다니는 로로여객선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박성현 목포해양대 교수는 "효율적인 선박인 로로여객선을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에 안전한 운항을 하도록 정부에서 밀착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로로(ro-ro)선

운전자가 차량을 직접 운전해 배에 싣고(roll on), 목적지에 도착하면 다시 차량을 운전해 배에서 내린다(roll off)는 뜻이다. 정식 명칭은 ‘roll on―roll off ship’이지만 흔히 ‘ro―ro ship’이라고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