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AD & TRAIL | 동해~강릉 해안도로
- 엄기석
강원도 동해에서 강릉으로 이어지는 길은 사이클링을 위한 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되고 ‘낭만가도’라는 이름이 붙여진 만큼 파란 바다와 어우러진 멋진 경치가 사이클링의 재미를 더해준다.
Summary
길이 | 34㎞
주요 루트 | 묵호항-망상해수욕장-헌화로-정동진-안인해변
소요시간 | 4시간(휴식시간 포함)
난이도 | 하
“우리 바다 보러 갈까?”
뭔가 일이 잘 풀리지 않아 가슴이 답답하거나, 현실의 벽을 뛰어넘고 싶을 때 우리는 ‘바다를 보러’ 간다. 바다를 본다는 것은 그냥 풍경을 보는 것 말고도 여러 의미가 있다.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를 보며 가슴 속 응어리가 부서져 사라지는 것처럼 느끼기도 하고, 뻥 뚫린 바다를 보며 답답한 현실을 잠시나마 잊기도 한다. 그런 바닷가를 자전거로 달린다면 바다를 보는 것에 한 가지 재미를 더하는 것이 될 것이다.
- 헌화로. 헌화로는 바다와 가장 가까운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과 전국 10대 드라이브코스에 선정될 만큼 경치가 뛰어나다.
- 헌화로. 헌화로는 바다와 가장 가까운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과 전국 10대 드라이브코스에 선정될 만큼 경치가 뛰어나다.
자! 이제 코발트색 바다가 펼쳐진 동해안 바닷길을 라이딩 하러 가자.
작은 포구와 해수욕장 가득한 길
라이딩의 출발은 동해 묵호항 수변공원으로 잡았다. 번잡한 동해 시내를 벗어난 곳에 위치해 있으면서 넓은 주차장이 있어 여러모로 편리하다. 인근에 횟집도 즐비해서 라이딩이 끝난 후, 회 한 접시의 별미를 맛보기에도 좋다.
- 묵호항 수변공원은 번잡한 시내를 벗어난 곳에 위치하고 주차장이 넓어 출발장소로 적당하다. 인근에는 횟집과 건어물가게가 즐비해 먹을거리도 다양하다.
묵호항 수변공원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500m 정도 달리면 까막바위와 문어상을 만난다. 옛날 이 마을(망상현, 지금의 묵호동) 호장이 외부의 침략자와 맞서 싸우다가 바다에 빠져 죽었는데 문어가 되어 침략자들을 물리쳤다는 전설을 형상화했다.
해안도로는 어달항과 대진항을 지나 바다를 오른쪽으로 두고 시원하게 달려 7번 국도와 만난다. 7번 국도를 따라 북쪽으로 달리다 보면 망상해수욕장에 다다른다. 망상해수욕장은 동해안에서 규모가 큰 해수욕장 중 하나로 수심이 얕고 인근에 오토캠핑리조트와 보양온천 등이 있어 가족단위 여행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 까막바위와 문어상. 마을을 지키다가 문어가 된 호장의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망상오토캠핑장에는 오토캠핑장을 비롯해 카라반, 캐빈하우스, 아메리칸 코티지 등 다양한 종류의 숙박시설이 있다. 바닷가 해수욕장에 바로 인접해 있는 캠핑장은 마치 지중해의 어느 해변에서 캠핑을 즐기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공동화장실과 샤워장, 매점 등 각종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 해안도로는 때로 작은 포구 바로 옆으로 지나기도 한다.
망상오토캠핑장입구에서 다시 7번 국도를 만나는데 옥계항을 지나 낙풍사거리까지 3.5㎞ 구간은 차량의 이동이 많고 노견이 없어 라이딩하기에 좀 불편하다. 낙풍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낙풍천을 따라 난 금진솔밭길부터 다시 해안도로가 이어져 금진항(강릉시 옥계면)으로 향하게 된다. 금진항으로 가는 해안도로는 차량이 적어 라이딩하기에 좋다.
아름다운 풍경과 흥미로운 설화가 얽힌 강릉
우리는 금진항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금진항 어부들이 추천해주는 ‘신동식당’으로 들어가 ‘장치조림’을 주문했다. 장치는 농어목 등가시치과 생선인 벌레문치를 말하는 것으로 강원도 바닷가에서는 ‘장치’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장치조림은 장치를 꾸들하게 반 건조해 고춧가루 양념으로 국물이 자작하게 요리한 것인데 쫄깃한 식감과 감칠맛이 일품이다.
- 코발트빛 바다가 시원한 동해안.
금진항에서 심곡항까지 2.4㎞의 헌화로는 우리나라에서 바다와 가장 가깝고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과 ‘전국 10대 드라이브코스’에 선정될 만큼 뛰어난 경치를 보여준다. 아쉬운 점이라면 길이가 너무 짧다는 것….
헌화로에 이르면 소 몰던 노인이 수로부인에게 꽃을 바치며 불렀다는 신라 향가 ‘헌화가(獻花歌)’가 생각난다. 성덕왕대 순정공이 강릉태수로 부임해 바닷가에서 주선을 베푸는데, 주변은 바위 벼랑이 병풍처럼 바다에 임해 있고, 높이가 천길이나 되었는데 그 위에 철쭉꽃이 활짝 피어있었다.
- 정동진에는 모래시계, 해시계, 기차 모양의 시간박물관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순정공의 부인 수로가 보고서 “꽃을 꺾어 바칠 자가 누구인가?”하였으나 절벽이 높고 험해 아무고 나서지 않았는데, 소를 몰고 지나가던 한 노인이 꽃을 꺾어 수로부인에게 바치면서 노래를 불렀다. 그 노인은 어떠한 사람인지 알 수 없었다. 그때 노인이 불렀던 노래가 ‘헌화가’다.
- 등명락가사 일주문.
헌화가(獻花歌)
붉게 핀 바위 끝에
잡은 손 암소 놓게 하시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신다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 강릉통일공원. 1996년 9월에 침투한 무장간첩이 타고 온 잠수함이 전시되어 있다.
- 휴식 같은 동해안 라이딩.
정동진은 1996년 드라마 ‘모래시계’의 촬영지로 알려지기 시작해 1997년부터 해돋이 관광열차가 운행되면서 전국적인 관광지가 되었다. 정동진에 조성된 모래시계공원에는 대형 모래시계가 있는데, 이 모래시계의 모래가 다 내려가는 데는 꼬박 1년이 걸린다고 한다. 정동진에는 해시계와 기차 모양의 시간박물관이 볼거리를 더해주고 있다. 모래시계공원을 나와 북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정동진 기차역이 있다.
정동진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북상하면 등명락가사에 이른다. 등명락가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했다는 절로, 서울의 정동쪽에 있고 바다가 보이는 풍경을 자랑한다.
등명락가사를 지나 낙석 피해를 막기 위한 피암터널 2개를 연달아 통과하면 오른쪽으로 함정 한 대가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강릉통일공원 함정전시관이다. 1996년 9월에 무장간첩이 침투한 지역에 만든 통일공원으로, 우리 해군 퇴역함과 북한 무장 잠수정이 전시되어있다. 군함과 잠수정은 내부에 들어가 구조를 살펴볼 수 있다.
라이딩은 강릉시 안인해변에서 마무리한다. 안인해변 인근에는 해랑당이 있는데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옛날에 강릉부사가 기생과 함께 그네뛰기를 즐기다가 기생이 떨어져 죽은 뒤부터 앞바다에 풍랑과 흉어가 들기 시작했다. 석단을 쌓고 제사를 지냈으나 그래도 풍랑과 흉어가 계속되자 죽은 기생에게 짝을 찾아줘야 한다면서 나무로 남근을 깎아 제례를 지냈더니 풍랑이 그치고 고기가 많이 잡혔다는 전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