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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 / 원무현 - (저무는 낙동강에서... 14'3/31 yellowday)

yellowday 2014. 4. 9. 09:12

 




 


 


 저녁 무렵

저물녘 해가 미루나무에 걸터앉아 햇살을 헹굽니다

어릴 적 물고기가 빠져나간 손가락 사이로 노을,
노을이 올올이 풀려서 떠내려갑니다


누런 광목 천 하나로 사철을 건너신 어머니
어머니께 꼭 끊어드리고 싶었던
비단 폭 같은 냇물을 움켜쥡니다


이제는 밥 짓는 연기가 나지 않는 텅 빈 굴뚝을
우렁우렁 넘어오는

부엉이 울음이 맵습니다


(원무현·시인, 19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