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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부터 있던 봄소풍, 여기에 빠질 수 없었던 화전(花煎)

yellowday 2014. 3. 6. 14:32

입력 : 2014.03.06 09:00

한식이야기. 화전

꽃지짐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화전(花煎)은 찹쌀가루를 반죽해 기름에 지진 떡 위에 꽃을 올려 먹는 음식이다. 대표적으로 봄에 피는 꽃인 진달래로 만든 화전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월 삼짇날 들놀이를 할 때 이 진달래 화전을 해먹는 풍습이 고려시대부터 있었다. 이런 세시풍속을 화전놀이라 불렀는데 옛 여성들의 봄소풍이라고 볼 수 있다.


	화전.
화전. 사진=전통 향토음식 용어사전(농촌진흥청 발간)

화전놀이는 조선시대 궁중에서도 행해졌다. 삼짇날이 되면 중전이 나인들을 이끌고 비원에 나가 옥류천 가에서 진달래 꽃을 얹은 화전을 부쳐먹었다고 한다. 화전놀이는 단순한 봄소풍은 아니었다. 최명희의 소설 ‘혼불’에는 옛 화전놀이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마치 오늘날의 백일장같이 화전가 짓기 대회가 열리는 장면이 있다. 즉, 화전놀이는 단순한 개인적 여가나 놀이의 차원을 넘어 집단적으로 준비되고 행해진 행사와 같은 개념이었던 셈. 화전놀이를 준비하는 과정이 대갓집의 혼례나 환갑잔치에 버금갔다고 하니, 그 규모도 작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준비하는 과정은 고단했을지라도 화전놀이를 행하는 때만큼은 온전히 여성들의 시간이었다. 화전놀이에 나가 지은 화전가의 내용을 보면 ‘어화 춘풍 좋을씨고 오늘 우리 화전이라 밤낮으로 짜던 베를 오늘이라 나랑 쉬고 달밤에도 돌던 물레 오늘 낮에 잠을 자네. 쇠털같이 많은 날에 한가한 날 없었으니 오늘 하루 잠시 쉰들 나무랄 이 그 누구랴’고 가사 노동의 힘듦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이 외에도 시집살이에 대한 설움이나 남자 노릇을 흉내 내는 등의 내용도 노래 속에 담아냈다.

화전을 삼짇날 화전놀이를 할 때만 먹은 것은 아니다. 봄에는 진달래꽃과 찔레꽃, 여름에는 황장미꽃, 가을에는 황국, 감국잎 등으로 곱게 빚은 찹쌀전 위를 수놓아 즐겼다. 이외에도 식용이 가능한 모든 꽃잎들은 화전을 만드는데 사용됐다.

하얗고 동그란 전 위에 형형색색의 꽃잎을 올려 먹는 화전은 한국의 음식이 단순히 먹는 용도가 아닌 아름다움을 표현하는데도 심혈을 기울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에야 꽃잎을 음식에 활용하는 사례가 종종 있지만 인간의 음식문화사에서 꽃이 식탁을 꾸미는 장식이 아닌 음식의 일부로 사용됐다는 것은 매우 독특한 사례다. 들과 산에 아름답게 핀 꽃을 식탁에 올려 놓는다는 것은 우리 조상들의 풍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조선닷컴 라이프미디어팀 정재균 PD jeongsan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