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美術산책

[114] '몬주익 언덕'에서 꿈꾼 自由

yellowday 2013. 10. 29. 04:58

입력 : 2013.10.25 03:01

1992년의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기억한다면, 황영조 선수의 마라톤 레이스도 잊지 못할 것이다. 그가 경쟁자들을 따돌리며 끈기 있게 오르던 가파른 언덕, 바로 그 몬주익 언덕 위에 화가 호안 미로(Joan Mir�·1893~1983)의 미술관과 묘지가 있다. 사시사철 온화한 대기와 눈이 시리게 푸른 하늘이 있는 곳, 여행객을 들뜨게 하는 축복받은 기후의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 그 주도(州都)인 바르셀로나가 바로 미로의 고향이다.


	호안 미로, 카탈루냐 풍경 작품 사진
호안 미로, 카탈루냐 풍경, 1923~24년, 캔버스에 유채, 65×100㎝, 뉴욕 근대미술관 소장.
그의 '카탈루냐 풍경'에서는 구불거리는 검은 선과 따뜻한 원색의 자유분방한 형태가 어우러져 마치 천진한 어린애의 낙서처럼 보는 이의 마음을 경쾌하게 띄워 준다. 초현실주의자들과 가까웠던 미로는 상상의 세계를 추구하고 예술을 통해 무의식적인 꿈과 환상의 영역을 구현하고자 했다. 그는 특히 관습의 속박을 받지 않는 자유로운 이미지를 자신의 무의식으로부터 추출해내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자동기술법, 즉 오토마티즘(automatism)을 실험했다. 따라서 그는 무언가를 그리기 위해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런 의도 없이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도중에 형태가 스스로 드러난다고 했다.

사실 생기발랄한 미로의 작품은 고향으로부터 추방당한 자의 상실감과 정치적 압제에 대한 저항 정신을 담고 있는 어두운 시대의 산물이다. 20세기 초, 카탈루냐는 프랑코 정권에 끝까지 저항하다, 바르셀로나가 함락되면서 스페인으로부터 힘들게 되찾은 자치권을 다시 한 번 잃어버렸던 것이다. 지난 9월, 카탈루냐 주민들은 스페인으로부터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화폭 안에서나 밖에서나 늘 자유를 추구했던 미로가 살아있었다면 어떤 그림이 나왔을지 궁금하다.  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