藝文史 展示室

韓國人이라면 알아야 한다, 이 거친 황소를

yellowday 2013. 10. 25. 03:59

이중섭 '황소', 박수근 '절구질하는…',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소장자 설득 등 전시 준비에만 1년… 1920~70년대 작품 중 100점 엄선


	한국 근현대 회화 100선 전시회 로고 이미지

이중섭(1916~1956)의 '황소'(1953년경), 박수근(1914~1965)의 '절구질하는 여인'(1954), 김환기(1913~1974)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1970). 이 세 작품이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트로이카'로 꼽혔다. 29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는 '명화를 만나다-한국 근현대 회화 100선'전을 앞두고 본지가 4명의 운영위원들에게 출품작 중 '한국인이 꼭 봐야 할 작품 3점'을 꼽아달라고 부탁한 결과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조선일보사가 1년여에 걸쳐 준비한 이 전시의 출품작 100점 선정에는 정형민 국립현대미술관장, 오광수 미술평론가(한솔뮤지엄 관장), 김현숙 미술사학자(덕성여대 교수),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 등이 참여했다.

이중섭 '황소' 14년 만에 첫 공개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거칠게 콧김을 내뿜고 있는 황소의 머리를 강조한 이중섭의 '황소'. 이 그림은 1999년 1월 이중섭이 '1월의 문화인물'로 선정된 것을 기념해 갤러리현대에서 열린 이중섭특별전 이후 처음 일반에게 공개된다. 김현숙 덕성여대 교수는 "이중섭의 소 그림 중 대표작이며, 전란으로 궁핍했던 1950년대의 시대상황과 불우했던 작가의 개인사에 대한 절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중섭의 또 다른 대표작인 서울미술관 소장 '소'(1953년경), '길 떠나는 가족'(1954) 등도 이번 전시에 나온다.

 


	건장한 황소 한 마리가 씩씩거리며 콧김을 내뿜는다. 금방이라도 화폭에서 뛰쳐나올 듯한 황소의 눈빛이 매섭다. 이중섭의 1953년작 ‘황소’. 가로 49.5㎝, 세로 32.3㎝의 작은 그림이지만 그림의 에너지만은 그 어떤 대작보다도 힘차다. 1999년 이후 14년 만의 일반 공개다
건장한 황소 한 마리가 씩씩거리며 콧김을 내뿜는다. 금방이라도 화폭에서 뛰쳐나올 듯한 황소의 눈빛이 매섭다. 이중섭의 1953년작 ‘황소’. 가로 49.5㎝, 세로 32.3㎝의 작은 그림이지만 그림의 에너지만은 그 어떤 대작보다도 힘차다. 1999년 이후 14년 만의 일반 공개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은 6·25 전쟁 중의 것으로는 드물게 캔버스에 그린 대작(가로 97㎝, 세로 130㎝)이다. 박수근은 미군부대 PX 초상화 작업을 했기에 어렵게 캔버스를 구할 수 있었다. 아기를 업고 절구질을 하는 아낙네.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은 "일상의 경건한 노동이 밀레의 '만종'을 연상시킨다"고 했다. 이 밖에 박수근이 자신이 살던 서울 창신동 풍경을 그린 '골목 안'(1950년대), '빨래터'(1954) 등도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김환기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가로 172㎝, 세로 232㎝의 대형 캔버스에 수많은 푸른 점을 찍은 그림이다. 뉴욕에 체류하던 화가는 고향에 대한 무수한 그리움을 점으로 표현했다. 정형민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화가가 시인 김광섭의 '저녁에'에서 영감을 받은 그림이다. 서정적인 제목이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김환기 작품으로는 산, 달, 바위를 전통산수화법으로 그린 '산월'(1958), 우주의 별빛을 점을 찍어 그려낸 '우주 05-Ⅳ-71 #200'(1971) 등도 소개된다.

소장자들이 어렵사리 내준 귀한 작품

이번 전시작품은 한국 근·현대 회화의 르네상스인 1920~1970년대 작품을 대상으로 했다. 500여점의 후보 작품군을 놓고 고심한 끝에 범위를 좁혀 '명작 중의 명작'을 엄선했다. 선정 기준은 미술사적인 의미와 함께 미술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을 최우선으로 했다. 정형민 관장은 "낯선 작품에서 감동을 받기는 어렵다. 감동이란 '친근감'에서 온다. 그래서 대중에게 익숙한 작품이면서 굳이 해석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구상 작품 위주로 뽑았다"고 설명했다. 미술평론가 오광수 한솔뮤지엄 관장은 "미술사의 흐름을 짚을 수 있는 '명작(名作)'을 기준으로 선정했다. 서양화뿐 아니라 동양화에도 신경을 썼다"고 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동양화는 30점이다. 오 관장은 동양화 중 가장 의미 있는 작품으로 평생 금강산만 그린 소정(小亭) 변관식(1899~1976)의 '내금강 진주담'(1960)을 꼽았다.       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