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0.21 03:03
음력 오뉴월 보리가 익어갈 무렵이면 인천 강화에선 밴댕이가 제맛이다. 작은 것은 뼈를 발라 통째로 회나 무침으로 먹고, 큰 것은 굵은 소금 뿌려 구워 먹는다. '밴댕이 속 같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성질 급한 놈이지만 맛은 부드럽고 고소하다. 밴댕이가 인기를 끌면서 서울에는 중국에서 수입한 밴댕이를 쓰는 식당들이 생겨났다. 인천항에서 통관을 기다리는 밴댕이 상자들 가운데는 아예 겉에 '강화 석모도 밴댕이'라고 인쇄된 것도 있다.
▶아프리카 서해안에 있는 세네갈에는 '딸라'라고 부르는 몸이 긴 생선이 있다. 현지에서 딸라 값이 지난 1년 새 두 배로 뛰었다. 딸라 맛이 우리 연안에서 잡히는 갈치 맛과 거의 같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 수입업자들이 몰려갔기 때문이다. 요즘 대형 마트에서 '세네갈 갈치'를 만나는 건 어렵지 않다.
▶아프리카 서해안에 있는 세네갈에는 '딸라'라고 부르는 몸이 긴 생선이 있다. 현지에서 딸라 값이 지난 1년 새 두 배로 뛰었다. 딸라 맛이 우리 연안에서 잡히는 갈치 맛과 거의 같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 수입업자들이 몰려갔기 때문이다. 요즘 대형 마트에서 '세네갈 갈치'를 만나는 건 어렵지 않다.
▶문제는 현실이다. 토속 먹을거리가 나는 양이 많은 사람이 누리기엔 한정돼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식탁은 세계 곳곳에서 수입해온 농수산물이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속풀이 국에 딱 좋은 재첩은 93%가 중국산이다. 멕시코 고등어, 태국 새우, 베트남 주꾸미, 인도네시아 삼치, 아일랜드 골뱅이, 바레인 복어, 러시아 명태 곤이…. 아프리카에서 잡힌 민어와 도미는 제사상에도 오르고 있다.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파는 호두과자를 조사했더니 국산 호두와 팥을 쓰는 곳이 한 곳도 없었다고 한다. 호두는 대부분 미국산, 팥은 중국산을 썼다. 호두과자의 고향인 천안의 휴게소도 마찬가지였다. 이쯤이면 호두과자의 국적(國籍)이 어딘지 아리송해진다. 국산 팥은 중국산보다 2.5배, 호두는 미국산보다 40% 비싸다. 한편에선 '신토불이'를 외치고, 다른 한편에선 국산만 먹고 살 수는 없는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그래서 업자들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수입 식재료에 대한 인식이 나쁜 것은 질이 안 좋은 것을 싸게 사다가 국산이라 속여 비싸게 팔아온 업자들 탓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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