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심장, 후베이성(湖北省)을 가다]
[2] 대륙 속에 그려넣은 수묵담채화, 은시대협곡
세계에서 유례없는 빠른 경제성장을 이룬 중국.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중국은 미국 등 기존 선진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하지만 진정 주목해야 할 중국의 힘은 대자연이다. 자연은 인간이 가늠할 수 없는 엄청난 가능성을 가졌다. 지구에서 만날 수 있는 자연환경 대부분을 가지고 있는 곳, 단언컨대 중국은 대자연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땅이다.
- 올해 8월 완공된 케이블카가 관광객을 빠르고 안전하게 협곡 안으로 안내한다.
◆ 신이 선물한 중국의 보물, 은시대협곡
누군가는 중국의 변화무쌍한 자연을 대면할 때마다 왜 '대국'이라 부르는 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에는 걸출한 명산이 수없이 많다. 대충 훑어보아도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그중 한국인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 곳은 장자제(张家界)다. 최근에 장자제의 자태를 빼 닮은 것은 물론 또 다른 매력까지 뽐내는 수려한 산 하나가 주목받고 있다. 은시대협곡(恩施大峽谷)이다.
이름이 다소 낯설다. 사실 그동안 은시대협곡은 가는 길이 구불구불하고 험준해 접근성이 좋지 않았다. 황산과 장자제 못지않은 비경에도 불구하고 중국국가관광지 등급 '4A'를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은시대협곡이 제대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2012년 고속도로 개통으로 은시 시내에서 이곳까지 불과 70km, 약 1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함께 지난 8월 케이블카도 완공했다. 그동안 버스를 타고 아슬아슬하게 오르내리던 칠성채(七星寨) 구간의 초입 난코스를 케이블카를 타고 사방을 전망하며 안전하게 오를 수 있게 됐다.
주차장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케이블카 탑승지에 도착했다. 워낙 비가 잦은 지역이라 예상은 했지만 짙게 드리운 운무(雲霧)가 지척의 산조차도 얼굴을 가린다. 비가 그치길 고대하며 우비와 모자로 완전 무장하고 신발 끈을 단단히 여며본다.
6명을 태운 케이블카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올랐을까. 케이블카가 구름의 품속에 안기고 말았다. 마치 구름 속에 동동 떠 있는 기분이다. 그때 한 편의 구름이 걷히는가 싶더니 갑자기 눈앞에 거대한 수직 절벽이 나타났다. 순간 부딪히는 줄 알고 눈을 질끈 감았다. 조마조마하다가 슬며시 눈을 떠보니 이내 등 뒤로 사라져버린 뒤다. 큰 한숨으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니 이내 종착지다.
트레킹은 대략 3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주로 계단을 걷고 하산 길 마지막 구간에는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일방통행로라 길을 잃을 염려는 없지만 여러 차례 갈림길이 있어 헷갈리기 쉽다. 가이드가 "만약 일행과 떨어져 혼자가 되면 반드시 왼쪽 길로 향하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평소 등산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더니 비 오는 날이라 그런지 한산하다. 관광객이 왔다는 소식이 산골까지 전해진 것일까, 느지막이 자리를 펴는 상인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 멀리 홀로 아찔하게 서 있는 수직절리 일주향의 모습
30분 정도 걸으니 '일선천(一线天)'이 나타났다. 비좁은 절벽 틈새로 걸어 들어가면 하늘이 한 줄기 빛으로 보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일선천을 통과하자 곧바로 은시대협곡 트레킹의 하이라이트 '절벽화랑'이다. 해발 1,700m에 설치된 500m 남짓한 잔도(棧道)로 벼랑 끝을 걷는 듯한 아찔함과 발아래로 펼쳐진 그림 같은 절경이 백미다. 흐린 날씨 때문에 기대했던 풍광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아쉬운 마음을 넘는 무언가가 있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곳마다 절벽과 사람의 실루엣, 그리고 운무가 그려낸 모노톤의 사진이 한편의 작품을 탄생시켰다. 때론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서 얻는 여운이 크다.
- 협곡 사이로 운무가 드리워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1시간 정도를 더 걷다가 '일주향(一炷香)'을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대협곡의 진풍경을 맛보았다. 홀로 아찔하게 서 있는 수직절리를 감상하고 돌아오는 길, 눈앞에 장관이 펼쳐졌다. 짙게 드리워 시야를 가리던 운무가 걷히면서 트레킹 코스 위로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아오른 거대한 협곡이 자태를 드러냈다. 그 기세가 어찌나 드세던지 맹수를 만난 초식동물처럼 옴짝달싹 못 하고 시야를 빼앗겼다. 여기저기서 연신 카메라 셔터 누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대자연의 비밀이라도 엿본 양 하산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그제야 긴장이 풀리며 젖은 몸의 축축한 기운이 올라온다.
☞ 은시대협곡 여행수첩
은시대협곡은 청강대협곡의 한 부분으로 전체길이가 108km 길이에 달한다. 이중 관광지로 개발된 구간은 10km, 앞으로 점차 구간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한다. 트레킹 구간은 크게 지상 구간인 칠성채(七星寨)와 지하 구간인 운룡하지봉(云龙河之峰)으로 나뉜다. 운무가 드리운 신비로운 산세를 감상하려면 먼저 칠성채부터 걷기를 추천한다. 운룡하지봉은 지표면 75m 아래 지하 협곡을 탐험하는 1.5km 코스로 계단이 다소 가파른 편이라 어린아이나 노약자는 주의를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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