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界의 觀光地

실크로드 위 "붉은 장관"...혜초의 영혼이 깃든 모래 도시

yellowday 2013. 9. 13. 12:32

 

 

입력 : 2013.09.12 04:00 | 수정 : 2013.09.12 09:36

실크로드(비단길). 고승 혜초가 불심(佛心) 가득한 발걸음으로 걸었던 길이다. 중국과 서역을 연결하는 무역로이자 동서양의 문화가 교류하던 코스다. 먼 옛날 상인과 수행자들이 부(富)와 깨달음을 찾아 목숨을 걸고 걷던 실크로드 길목의 황량한 사막도시들은 수천년 세월의 두께를 자랑하며 세계인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실크로드 출발지, 란저우

실크로드 여행의 출발지는 중국 란저우(蘭州)다. 황하(黃河)가 발원하는 곳이기도 한 이 도시는 중국인과 서역 사람들이 모여 왕래하던 실크로드의 거점이었다. 1400년 고도(古都)라지만 도심에는 현대식 백화점이 들어서고 지하상가엔 사람들이 넘쳐난다.

중국 장액 지역을 대표하는 칠채산(七彩山)은 510㎞에 걸친 알록달록한 산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오랜 세월 붉은색 사암이 풍화와 퇴적작용으로 단층화되어 특이한 형상을 하고 있고, 다채로운 색을 띤다고 해서 '칠채'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다. 칠채산으로 가는 길의 버스 창밖으로 작은 모래언덕과 옥수수밭, 해바라기밭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따금 황토로 지은 집들이 듬성듬성 보인다. 후이족 등 소수민족들이 지은 'ㅁ'자 형태의 집이다.

때마침 내리는 비에 젖은 칠채산은 숨이 '턱' 막힐 만큼 장관이다. 수채화를 보는 듯한 신비로운 광경은 다른 행성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모래가 운다, 명사산

둔황(敦煌)의 명소 명사산(鳴沙山) 가는 길에 들른 가욕관(嘉?關)은 고대 실크로드의 교통요지였다. 만리장성의 동쪽 끝이 발해만의 산해관(山海關)이라면, 가욕관은 만리장성의 반대편 서쪽 끝에 자리 잡고 있다. 1372년 명나라 때 적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만든 가욕관 남쪽에는 치롄 산맥이 흰 눈을 이고 있었다.

해 질 녘 명사산에 도착했다. 고운 모래로 이루어진 명사산은 남북 20㎞, 동서 40㎞에 이르는 거대한 모래산이다. 바람이 많이 불면 큰 소리를 내고, 가벼운 바람에는 관현악 연주를 하는 듯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모래산을 오르는 길은 험했다. 두 걸음 올라가면 한 걸음은 아래로 미끄러졌다. 얼마 걷지 않아 다리 힘이 풀려 마치 허공을 걷는 듯했다. 40여분 씨름 끝에 명사산 중턱에 이르렀다.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고르자 눈앞엔 거대한 모래 세상이 펼쳐졌다. 초승달 같은 오아시스인 월아천(月牙泉·길이 150m, 폭 50m)이 그림처럼 내려다보였다. 월아천 옆에 선 누각이 고즈넉하다.

 

양관과 막고굴

둔황에서 남서쪽으로 70㎞ 떨어진 양관(陽關)은 한나라 때 만들어진 실크로드 길목으로, 서역의 입구이기도 하다. '그대에게 한 잔의 술을 권하니, 서쪽 양관으로 나가면 옛 친구가 있겠는가(勸君更進一杯酒, 西出陽關無故人).' 당나라 때 시인 왕유가 친구 원이(元二)를 양관으로 떠나보내며 지은 이별시가 전해 내려온다. 양관이 있는 타클라마칸 사막은 위구르 말로 '한번 들어가면 돌아 나올 수 없는 곳'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한다. 양관은 오래전에 파괴되어 지금은 붉은 모래산 위에 양관의 눈과 귀 역할을 했던 높이 4.7m, 길이 8m의 봉화대만 남아있다. 사막에서 말 타고 호령하던 무사의 후예들이 조랑말로 관광객들을 양관 전망대까지 태워준다.

막고굴(莫高窟)은 둔황에서 25㎞ 거리에 있다. 막고굴 주변은 온통 황량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주변은 천불동(千佛洞)이라고도 불린다. 서기 366년 승려 악준이 명사산과 삼위산(三危山)에 이상한 빛이 비치는 것을 발견하고 석벽을 파서 굴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14세기까지 수많은 승려와 조각가, 화가, 석공들이 드나들며 굴을 팠다. 그렇게 만든 크고 작은 굴이 735개(남쪽 492개, 북쪽 243개)에 이르렀다. 이 중 17번째 굴에는 신라 혜초 스님이 지은 '왕오천축국전'이 보관되어 있었다. 석굴 입구에는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문을 만들어 달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어둑어둑한 동굴. 천장과 벽에는 색 바랜 벽화가 가득하다.

 

여행 수첩

하나투어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교역로 ‘실크로드’의 발자취를 따라 떠나는 여행상품을 선보였다. 실크로드의 주요 거점이었던 둔황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중국동방항공의 인천공항~란저우(3시간 소요), 대한항공의 인천공항~우루무치(5시간 소요) 특별 전세기를 이용하면 된다. 두 항공편은 10월 초까지 각각 주 2회 운항한다.

올해 처음 선보인 동방항공 인천공항~란저우 전세기를 이용하는 하나투어 ‘실크로드 란저우/둔황 5일’ 상품은 실크로드가 시작되는 란저우를 출발해, 장액의 칠채산, 둔황의 명사산과 막고굴 등을 둘러본다. 야간열차(4인1실)를 체험하고 양관 고성 전동카, 명사산 낙타타기 등도 즐길 수 있다. 99만9000원부터. 하나투어 www.hanatour.com, 1577-1233    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