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報 萬物相

아내의 禁煙 파워

yellowday 2013. 9. 26. 13:26

 

입력 : 2013.09.26 02:59

공처가(恐妻家)를 영어로 'henpecked husband'라고 한다. '암탉 부리에 쪼이는 남편'이다. 어느 공처가가 심리 치료를 받으러 신경정신과에 갔더니

"집안에서 큰소리치고 사시오"라는 충고를 들었다. 남자는 집에 와 아내에게 "이제부터 내가 주인이다"라고 외쳤다. "내가 쇠고기를 먹고 싶으면

누가 스테이크를 맛나게 구워야지? 그건 당신이야." "친구들이랑 나가서 놀 건데 누가 턱시도를 펼쳐주지(lay out)?" 듣고 있던 아내가 조용히

"장의사"라고 답했다. 'lay out'엔 '입관(入棺) 준비를 한다'는 뜻도 있다.

▶2005년 수능 시험에 고려사(高麗史) 한 대목이 나왔다. 충렬왕 때 대부경(大府卿) 박유가 왕에게 글을 올렸다. "우리나라엔 남자가 적고 여자가 많으니

남자들이 첩을 두게 해주소서." 여인들이 박유를 가리켜 "첩을 두자고 주장한 늙은이"라며 삿대질했다. 결국 왕은 박유의 제안에 퇴짜를 놓았다.

이유는 "재상(宰相)들 중에 자기 처를 무서워하는 자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만물상] 아내의 禁煙 파워
▶국립국어원이 낸 우리말 사전엔 '사자후(獅子吼)'의 뜻이 여럿이다. '사자의 우렁찬 울부짖음'과 '부처의 위엄 있는 설법'에 이어 셋째 풀이가 있다.

'질투심이 강한 아내가 남편에게 암팡스럽게 떠드는 일'이다. 소동파가 쓴 시에서 온 뜻이다. 소동파는 기녀(妓女)와 놀다 하동(河東) 출신 아내에게

매 맞은 친구를 조롱했다. "하동 부인의 사자후 소리를 들으니 지팡이가 손에서 떨어지고 정신이 아득하도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늘 아내 미셸로부터 담배 끊으라는 잔소리를 들었다. 2009년 기자들이 "그래도 담배를 못 끊었느냐"고 묻자 그는 "가끔 바보 짓(흡연)을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우두머리 흡연가(smoker-in-chief)' 별명도 얻었다. 그러던 지난해 미셸이 "다 큰 딸들 때문에 남편이 담배를 끊었다"고 밝혔다. 알고보니 실상은 달랐다.

▶오바마가 엊그제 "아내가 무서워 담배를 끊었다"고 털어놓았다.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측근과 나눈 대화가 방송에 나갔다. 천하를 호령하는 백악관 주인도

안주인 눈치를 살피는 게 필부(匹夫)와 다르지 않다. 중국에 이런 민요가 있다. "일등 남자는 아내를 무서워하고, 이등 남자는 아내를 사랑하고, 삼등 남자는 아내를

팬다." 공처가는 아무나 오르는 경지가 아닌 모양이다. 요즘 세상에 공처가가 부쩍 많이 늘어났다지만 스스로 뽐내지 않으니 숫자를 헤아리기 어렵다.   조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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