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9.05 03:02
거인의 자리
강물이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 것은
속 깊은 상처 아물어
생살 돋을 때까지
제 속에 산 그림자를 껴안고 있기 때문이지
바위가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 것은
속으로 울음 울어
불길 잡힐 때까지
거인이 앉았던 자리에 가득한 고요 때문이지
―김삼환(1958~)
-
- /유재일
그래도 강은 아직 흙탕 쓰레기를 다 받아 안고 흐른다. '제 속에 산 그림자를 껴안고' 가는 깊고 너른 품. 오랫동안 큰 산을 품고 흘렀으니 무엇인들 못 품으랴. 말없이 한결같기로는 바위도 마찬가지. 긴 시간을 견뎌온 풍모가 똑 무념무상의 거인 같다. 그게 '거인이 앉았던 자리에 가득한 고요 때문'이라면, 일희일비(一喜一悲) 않는 힘도 그런 고요의 깊이에서 나올 것. 유독 반가운 이 가을도 여름의 상처들을 잘 보듬어주길, 고요한 거인의 손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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