藝文史 展示室

'出禁' 풀린 반가사유상, 뉴욕 간다

yellowday 2013. 8. 10. 09:02

입력 : 2013.08.10 03:00

훼손우려에 반출막던 문화재청, 청와대·문화부 중재에 입장바꿔


	/채승우 기자
/채승우 기자
문화재청이 지난달 30일 국외 반출을 막은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사진>이 뉴욕에서 세계 관람객들과 만나게 됐다. 문화재청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오는 10월 29일 뉴욕 메트로폴리탄(이하 메트) 박물관에서 여는 '황금의 나라, 신라'(Silla: Korea's Golden Kingdom) 특별전을 위해 반가사유상 국외 반출을 허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화부는 두 박물관이 운송 과정에서 반가사유상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는 조건으로 문화재청에 재심을 요청함에 따라, 유진룡 문화부 장관이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 반출 허가 결정이 났다고 밝혔다. 변영섭 문화재청장은 국보 제83호 반가사유상이 그간 8회, 3000일간 전시를 위해 국외로 반출됐고, 해외전시에 따른 문화재 훼손 우려가 있다며 반출에 반대해왔다. 변 청장은 지난 4월 문화재위원회 동산문화재분과 회의에서 '반출 자제 권고'를 내린 것을 자의적으로 해석, 반가사유상 반출을 허가한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을 뒤집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변 청장이 반출 불허 방침을 뒤집은 것은 메트 박물관 토머스 캠벨 관장이 지난 1일 국립중앙박물관에 성명서(statement)를 보낸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게 문화부와 국립중앙박물관 측 설명이다. 캠벨 관장은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줄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핵심 전시품인 반가사유상이 뉴욕에서 많은 사람에게 소개될 기회를 갖지 못하게 돼 실망스럽다. 이 유물 없이 전시를 진행할 수 있을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반가사유상 전시를 허용해달라고 요청하는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캠벨 관장은 2009년 방한 당시 박근혜 의원과 만났다. 당시 박 의원은 "한국실 규모가 왜 이리 작은가" 물었고, 캠벨 관장은 "특별전을 통해 지속적으로 한국 문화를 알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번 메트 박물관 신라 유물전은 2009년 약속이 실현되는 전시인 셈이다. 때문에 "변 청장을 임명한 박 대통령이 직접 반출을 지시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으나, 문화부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박물관에서 우리 유물을 전시할 기회가 무산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에 모철민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유진룡 문화부 장관이 변영섭 청장 설득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변 청장도 입장을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메트 박물관은 관람객이 몰리는 1층 메인 홀에서 내년 2월 23일까지 국보 12점을 포함, 신라 유물 132점으로 '황금의 나라 신라' 특별전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문화재청이 반가사유상과 함께 해외 반출을 불허한 국보 제91호 기마 인물형 토기와 국보 제195호 토우장식 장경호는 이번에도 반출 목록에서 제외됐다.          조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