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7.18 03:02
명문대생 자체 운영 사이트엔 학점 낮게 준다며 욕설 난무… 교수 비하나 인신공격 발언도
교수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사제 간 신뢰 무너져 씁쓸"
"개XX임. 수업 X나 못함."(2013년 봄 학기·서강대)
대학생들이 자체적으로 강의를 평가하는 사이트나 게시판에 떠 있는 글이다. 이처럼 학생들이 운영하는 강의 평가에 욕설과 막말은 물론 교수나 강사 비하나 인신공격성 발언이 수두룩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당국이 운영하는 강의 평가가 형식적 내용으로 유명무실해지면서 대부분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자체 강의 평가 코너를 운영한다. 서울대 '스누이브'와 고려대 '클루'가 대표적이다. 이 코너가 학생들이 강의 내용을 판단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도를 넘는 표현도 적지 않다.
◇"(교수는) 중증 언어장애인…" 인신공격·욕설 난무
지난 1월 서울대 '스누이브'에는 교수에 대해 "중증 언어장애인"이라고 표현한 강의 평가가 올라와 논란이 됐다. 강의 평가에는 "이 사람 수업 들으러 가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 중증 언어장애인" "언어장애같이 말도 잘 못하고…" 같은 인신공격성 발언이 담겨 있었다. 교양 수업 강의 평가에는 "(내가 열심히 했는데) B�가 떴다. 약 빨고 성적 내시나"라는 코멘트와 함께 "(교수가) 야한 거 좋아함. 식스팩·콘돔 얘기하면서 좋아하는 기색이 역력함"이라고 쓴 학생도 있었다.
한 기초 학문 과목에 대해 어떤 학생은 "XX, 일단 욕부터 하자"로 시작해 "결국 배운 것도 없고 학점도 X 같고"로 끝나는 강의 평가를 남겼다. 짧은 글에 욕설이 6차례 등장했다. 1학년 학생이 주로 듣는 한 전공 탐색 과목에는 "긴말 필요 없음. 그냥 ㅂㅅ(병신)"이라는 평도 있었다.
사정은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였다. 연세대는 "내 인생 최악 개쓰레기 수업" "교수들 이렇게 농땡이 치면서 월급 받아도 되나"라는 평가도 있었다. 이화여대에는 "쓰레기임"이라고만 써놓은 평이 있었고, "그냥 기분이 나쁨" "(교수가)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는 평도 있었다. 서강대에는 "잘 가르치고 못 가르치고를 떠나 성격이 X 같아. 듣지 마 빡쳐 XX" "퀴즈 시간도 X 같게 조금 주지, X년이" "이딴 새X도 교수 하는 서강대… 버러지 같은 놈" 등 노골적 욕설이 난무했다. 한양대엔 "개소리가 주류를 이룸" "이 강사는 표정부터가 썩어 있음"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교수·강사들 "학생들 평가에 상처받아…"
'막말 평가'에 일선 교수와 강사들은 "씁쓸하고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자체 강의 평가 초창기엔 비판하는 내용이라도 수업에 도움되는 발전적 내용이 많았는데, 요새는 강사한테 '이놈 저놈' 하는 평가가 적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2011년과 2012년 연세대에서 강의를 맡았던 한 강사는 "학생이 익명으로 '수업을 날로 먹으려 한다'는 평가를 남긴 걸 알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막말 평가'가 많아질수록 사제 간 신뢰가 무너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의 한 조교는 "학점을 짜게 주는 수업일수록 막말 평가가 많다"면서 "교수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수업에 대한 도 넘은 힐난을 퍼붓는 것도 대부분 기대에 못 미치는 학점을 받았기 때문 같다"고 말했다.
한 원로 교수는 "명색이 '지성의 전당'에서 어쩌다가 대학생들이 자기 의견을 논리적으로 개진하지 못하고, 막말과 욕을 쏟아내는 수준에 그치는지 안타깝다"면서 "악성 사용자에게 엄중 경고를 하는 등 해당 사이트를 이용하는 학생들의 자정(自淨) 기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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