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6.05 09:15
뉴욕 이창진 작가 설치작품 화제
-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위안부 구합니다' 광고?
백주 대낮에 이런 광고가 실렸다. 그것도 뉴욕 한복판에서.
뉴욕 맨해튼에 일본의 위안부만행을 고발하는 광고 포스터가 게시돼 화제가 되고 있다. 포스터는 맨해턴 14가와 9 애버뉴 사이의 첼시 지역 게시대에 부착돼 있다.
앞 뒤로 젊은 서양여성과 동양여성의 사진이 걸린 가운데 ‘위안부를 구합니다’라는 영어 ‘Comfort Women Wanted’와 중국어 ‘위안부초모(慰安婦招募)’ 라고
쓰여 있고 웹사이트와 사진정보를 담은 QR코드를 넣었다.
이 포스터를 건 주인공은 유명 한인 여성미술가 이창진 작가의 설치작품이다. 이 작품이 설치된 것은 지난달 6일. 뉴욕시 교통국(DOT)이 진행하는
도시 예술사업 프로젝트 중 하나로 선정돼 7일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이 작품은 횡단보도 옆 공간에 앞뒤로 위치해 지나가는 행인들은 물론, 자동차 운전자와 승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행인들은 대체로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습이었다. 다른 설명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QR코드를 휴대폰을 이용, 스캔하면 나오는 정보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최근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의 ‘위안부 망언’이 미국의 주류 매체의 대대적인 보도되면서 위안부 이슈를 아는 뉴요커들도 적지 않다.
자신의 이름을 조라고 밝힌 옐로캡 택시 기사는 “위안부(comfort woman)에 대해서 뉴스를 통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일본군이 2차대전때 여성들을
강제로 성노예(Sex Slave)로 삼지 않았느냐. 하지만 이렇게 광고모집까지 한 것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창진 작가는 “이번 프로젝트는 일본군에 의해 성노예로 착취당한 20만 아시안 위안부 문제가 이 같은 속임수 신문광고를 통해 시작됐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됐다”고 작품 취지를 설명했다.
도발적이면서 궁금증을 유발하는 광고기법으로 2차대전 당시 일본군이 저질렀던 강제 위안부 만행을 고발하고 이를 자발적인 매춘부라고
허위날조를 일삼는 일본의 극우 정치인들을 풍자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광고에 나오는 여성은 모두 실존하는 위안부 피해여성들이다. 서양여성은 네덜란드의 얀 루프 오헤른 할머니이고 동양여성은 대만 할머니로
위안소에 있을 때 구출한 미군이 찍은 사진으로 알려졌다. 이 작품을 처음 기획한 것은 지난 2007년 위안부결의안 얘기를 들은 것이 계기가 됐다.
지난달 29일 첼시 하우저앤워스갤러리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터뷰를 다룬 영상을 상영하기도 한 이 작가는 “당시 일본은 광고를 통해 지원자가 나타나지 않자
결국 한국과 대만,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태국은 물론 네덜란드에서도 무차별적으로 여성을 강제동원해 성노예로 삼았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이번 전시가 끝난 후 브루클린 서니사이드 지역으로 옮겨지며 내달 덴버에서 한 차례 더 전시회를 연다. 9월엔 뉴욕 맨해튼 32가 한인타운, 차이나타운,
타임스퀘어 등에서 포스터 전시를 할 예정이다. 한인타운에는 한국말로 된 포스터를, 차이나타운은 중국어, 이스트빌리지에는 일본어로 된 포스터를 각각 선보인다.
이 작가의 작품이 실린 웹사이트(www.changjinlee.net)엔 2차대전 당시 일본군 출신 야스지 가네코 씨가 위안부 참상을 고백하는 동영상과
한국과 대만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네덜란드의 피해할머니들이 직접 증언하는 동영상도 링크돼 있다.
뉴욕스테이트에서 올해만 세차례 상을 받는 등 미국에서 인정받는 이창진 작가는 한국에서 태어나 18세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뉴욕주립대
퍼처스와 파슨스스쿨오브아트를 졸업한 뒤 현재 뉴욕에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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