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제왕이라고
세상 떠들썩하게 장례식을 치르고,
또 사리를 줍는다고 재를 뒤적이는가.
절대로 그렇게 하지 말라.
수의도 만들 필요 없다.
내가 입던 승복 그대로 입혀서.
내가 즐겨 눕던 작은 대나무 침상에 뉘여 그대로 화장해 달라.
나 죽은 다음에 시줏돈 걷어서
거창한 탑 같은 것 세우지 말고,
어떤 비본질적인 행위로도
죽은 뒤의
나를 부끄럽게 만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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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바람같은 거야.
뭘 그렇게 고민하는 거니?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 건
다 한 순간이야.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 바람이고
오해가 아무리 커도 비바람 이야.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야.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 뒤엔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 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돌지.
다 바람이야.
이 세상에 온 것도 바람처럼 온다고
이 육신을 버리는 것도 바람처럼 사라지는 거야.
가을 바람 불어 곱게 물든 잎들을 떨어 뜨리 듯
덧없는 바람 불어 모든 사연을 공허하게 하지.
어차피 바람일 뿐 인걸
굳이 무얼 아파하며 번민하리
결국 잡히지 않는 게 삶인 걸
애써 무얼 집착하리
다 바람인 거야.
그러나
바람 그 자체는 늘 신선하지
상큼하고 새큼한 새벽바람 맞으며
바람처럼
가벼운 걸음으로
바람처럼
살다 가는 게 좋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스님
극락왕생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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