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5.27 02:58
야간 개장 관람객 통제 못해 '시장 바닥' 방불
돗자리 펴고 눕거나 근정전 주변 술판도 수두룩
"소지품 검사도 안해… 누군가 불 질러도 무방비"
이날 관람객 수천명이 매표소 앞에 열 줄 가까이 장사진을 이뤘다.
이날 문화재청은 인터넷 예매자 2만5000명 정도(3만명 예매였지만 취소자 제외)를 받고, 현장 판매용 입장권을 1만매로 제한했지만 통제불능이었다.
흥례문에서 직원 3~4명이 검표를 했지만, 예매 확인 용지나 예매 번호가 찍힌 휴대폰을 형식적으로 검사하는 데 그쳤고, 막무가내로 밀려드는 관람객을
감당하지 못했다. 야간개장 주말 하룻밤에만 무려 4만명 내외 몰리는 인파에 대해 문화재청은 효율적으로 통제할 방안을 전혀 마련하지 못한 채
조선 왕궁을 거대한 인파의 '야유회장'으로 만들어버렸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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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밤 경복궁 경회루 인근 잔디밭에 한 시민이 돗자리를 펴고 누워 잠들어 있다. 이날 경복궁 야간 관람객이 4만5000명에 달해 경복궁은 거대한‘야유회장’으로 변해버렸다.(왼쪽) /경복궁 야간 개장 마지막 날인 26일 밤 광화문 앞에서 노점상들이 LPG연료를 사용해 영업을 하고 있다. 이날도 3만5000명의 관람 인파가 몰려 혼잡이 극에 달했다. /원선우 기자·뉴스1
기어들어가 다리 옆 풀밭에서 나뒹굴었고 관리인은 "들어가면 안 된다"고 소리칠 뿐 도망 다니는 아이들을 따라잡지 못했다.
근정문을 들어서자 경복궁은 유명 가수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경기도 수원에서 왔다는 김모(45)씨는 "경복궁 구경이 아니라 시장 바닥에 사람 구경하러
온 것 같다"고 푸념했다. 관람객들은 24개의 품계석을 밟고 올라서거나 기대서서 사진 찍기에 바빴다. 부모들은 아이들 출입을 막기 위해 설치된 난간을 밟고
올라서게 했다. 자리가 났다 하면 부모들은 "얼른 올라가"라며 아이들 등을 밀었다. 이들을 통제하는 인력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독일에서 여행 온 스테판(50)씨는 경회루로 나가는 길이 끝도 없이 늘어서자 입장을 포기한 채 바닥에 앉아 아들(14)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스테판씨는
"작년에 찾아온 경복궁이 인상 깊어 밤에는 어떤 모습일까 기대하며 왔다"며 "서울 시민은 주말에 갈 곳이 여기뿐이냐"며 의아해했다.
토요일·일요일 근정전 앞 관람객들은 줄곧 밀려드는 인파 탓에 줄줄이 떠밀려 가는 짐짝 신세가 됐다. 근정전을 둘러싼 회랑(回廊)에선 돗자리를 깔고 앉은
시민 10여명이 경광봉을 든 안전요원 제지에도 꿈쩍 않고 캔맥주나 음료수를 마셨다. 경회루 옆 잔디밭에는 100여명이 삼삼오오 돗자리를 깔고
맥주와 도시락을 꺼내 먹고,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봤다. 심지어 돗자리 위에 드러누워 잠을 자는 사람도 수두룩했다.
대학생 임모(27)씨는 "4만명이나 예매를 받았다니 이해할 수 없다"며 "1000명쯤으로 제한하고 소지품 검사도 엄격히 했어야 하는데
어떤 사람이 몰래 들어와 불을 질러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야간개장은 2010년부터 실시했으나, 올해 처음 실시한 인터넷 예약제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면서 관람객이 2~3배로 폭증했다"면서
"10월 야간개장 때는 관람객을 1만~1만5000명 수준으로 제한해 안전한 관람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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