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에게는 수렵과 채집의 유전자가 있다. 엄마 없이 아이와 단둘이 여행을 떠나면 불안할 것 같지만 그 반대다. 아빠는 일상에서는 보여주지 않던 의외의 능력을 발휘해 여행을 이끌어간다. 이 기억은 훗날 아이에게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되고, 추억을 공유한 둘 사이의 친밀감도 깊어진다. 아이가 “아빠, 어디 가?”라고 물으면 이렇게 답하자. “응, 여기 가!”
아빠와 함께하는 여행이 아이를 자라게 한다
<엄마는 모르는 아빠효과>의 저자 의정부성모병원 김영훈 원장
tip 엄마의 경우는 아이를 10달 가까이 품었다가 낳기 때문에 선천적으로 모성애가 있어요. 에스트로겐이 급증할 뿐 아니라, 이 아이는 내 아이라는 자신감이 있죠. 아빠는 달라요. 처음 보는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어렵고, 특히 엄마가 주도적이 되면 아빠는 방관하거나 2인자가 되죠. 엄마가 뜻하지 않게 문지기 역할을 하는 거예요. 아빠가 무관심해지면 아이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집니다. <영재의 비법>이라는 프로그램을 할 때였는데, 아빠마다 아이를 목욕시키는 방법도 달라요. 아이와 가까운 아빠는 함께 욕조에 들어가서 장난을 치는데, 서먹한 아빠는 옷 입고 샤워기로 아이를 씻겨주죠. 이 거리를 점차 좁히는 건 후천적인 노력으로 가능해요. 엄마가 아빠와 아이 단둘이 보낼 시간을 자꾸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고요.
2 아빠의 육아, 엄마만큼 중요하다. (Yes/No)
tip 아이들은 아빠의 모습을 보고 자랍니다. 아빠가 하는 행동이 무의식적으로 아이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요. 아들에게는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자라는 롤모델, 딸에게는 가장 가까이에서 보는 이성인 셈입니다. 엄마는 보통 아이와 동일시되어 있어 공감을 잘 해줍니다. 아이가 아프면 같이 아파하고, 슬프면 같이 슬퍼하고요. 반면 아빠는 논리적이기 때문에 객관화가 가능해요. 그런 면에서 아빠의 역할이 중요하죠.
3 아빠와 함께하는 여행은 불안하다. (Yes/No)
tip 남자들에게는 원래 수렵과 채집에 능한 유전자가 있어요. 그런 장점을 잘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행은 아이와 아빠가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콘텐츠죠. 특히 사춘기를 지나 방황하거나 반항하는 아이에게 아빠와 함께 등산할 기회를 주면 좋습니다.
4 책을 읽어주는 건 엄마든 아빠든 상관없다. (Yes/No)
tip 최근에는 일하는 엄마들도 많지만, 아빠의 경우는 사회관계를 많이 경험하기 때문에 그만큼 연결, 관계에 강합니다. 책을 읽어줄 때도 엄마의 배경지식과 아빠의 배경지식이 다르기 때문에 아이가 습득하는 내용도 달라집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아이가 혼자 읽을 때 습득하는 지식의 양과 부모가 읽어주었을 때의 양이 4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고 해요. 아이가 글을 읽을 줄 안다고 혼자 읽게 하기보다는 아빠가 같이 읽어주는 게 중요하죠.
5 아빠는 엄마의 육아를 도와야 한다. (Yes/No)
tip 아빠가 엄마를 대신한다는 의식보다는 아빠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분명히 다르거든요. 공부를 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엄마는 아이와 놀 때도 공부와 연관을 지어서 뭔가 학습효과를 주려고 하는데, 아빠는 놀 때는 놀고 공부할 때는 냉정하게 시키거든요. 놀이든 훈육이든 학습이든 아빠가 관심을 가져주는 게 아이의 성취에 더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많습니다.
발달전문가들은 4살이 넘은 아이는 아빠가 얼마나 관심을 갖고 육아에 참여하느냐에 따라 발달상황이 크게 달라진다고 말한다. 엄마는 상황을 감성적으로 판단하는 반면, 아빠는 논리적으로 분석하기 때문이다. 아빠의 반응을 통해 구조적이고 지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는 아이는 좀 더 넓은 사회화를 경험한다. 교육학자 페더슨은 5개월 된 유아를 관찰하고 다음과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아빠와 접촉이 빈번한 아이는 낯선 사람에게 잘 다가서고 재롱을 잘 피운다.’ 아이와 아빠의 애착 형성은 횟수보다 강도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매일 놀아주지 못하더라도 함께 있을 때 최선을 다해 놀아주는 게 유의미한 효과를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Part 2 <아빠! 어디가?>에서 다녀온 여행지, 우리도 가볼까
엄마 없이 보내는 48시간의 여정을 세심히 관찰해 이 시대의 아빠상을 살펴보는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 다른 장치도, 설정도 없이 실제 아빠와 아이가 외딴곳으로 떠나는 시간을 담았을 뿐인데 장기 침체에 빠진 <일밤>의 9회 말 역전 타자가 됐다. 동 시간대 시청률 1위, 출연한 아이들의 입학식에는 취재진이 몰려올 정도다. 공휴일에 아이와 함께 놀이공원에 갔다가 우연히 만난 개그맨 박명수가 피곤에 절어 있는 모습을 보고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는 김유곤 PD, 동시대 아빠들의 마음에 공감한 이들이 많았는지 매회 시청률이 고공행진 중이다.
다섯 아빠와 아이가 처음으로 찾아갔던 여행지다. 춘천 품걸리는 춘천시 동면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 춘천에서 자동차로 1시간, 배로도 1시간 남짓 걸린다. 배편은 아침·저녁 하루에 두 번밖에 없기 때문에 배를 놓치면 하루를 더 묵어야 한다. 품걸리 마을에는 15가구 남짓 되는 주민들이 살고 있다. 외지인들이 거의 찾지 않는 곳이다. <아빠! 어디가?> 제작진이 첫 여행지로 이곳을 선정한 이유다. 배를 보내고 돌아서 들어오면 인적은 간 데 없고 소 울음소리만 들리는 마을이다.
가는 방법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 미사 IC~중앙고속도로~품안마을까지 2시간. 전철·청춘열차를 이용할 경우 춘천역 하차, 1시간 20분 소요. 품걸리 품안마을에 가려면 소양강 선착장에서 수영선박을 이용하면 된다.
문의 033-142-4833
2 600년 된 느티나무가 지켜주는 시골마을, 충북 청원 두모리
충청북도 청원군 문의면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산 사이에 있고 마을도 낮은 산지와 구릉에 위치해 있다. 중앙에는 품곡천이 흐르고 남쪽에는 대청호라는 호수가 있다. 두모리는 그중 두메 속에 마을이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특히 이곳의 느티나무는 마을 명물이다. 6백년의 나이테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이 나무는 보는 이에게 어쩐지 익숙하고 그리운 느낌을 주는데 바로 <전원일기>의 배경이 된 마을이기 때문.
가는 방법 서울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청주시외버스터미널 하차. 육거리 가는 버스 탑승. 두모리행 버스는 324번, 323번 두 대가 있다.
문의 청남농협 두모지소 043-221-7981
3 숨 막히는 설경, 강원도 춘천 사북면 춘천호
아이와 함께 자연 그대로의 겨울을 만날 수 있는 겨울 캠핑을 위해 준비한 여행지다. 눈 덮인 자연에서 텐트라는 둘만의 공간을 만들고 마음의 온기를 나누는 시간을 기획한 것. 춘천호는 1965년 춘천댐을 만들면서 생긴 인공호수다. 댐의 윗물길과 아랫물길 일대에 유원지를 만들면서 주변에 식당, 방갈로, 원두막, 야영캠프장, 낚시터 등이 들어섰다. 겨울이면 빙어축제가 열려, 얼음호수 위에서 낚시를 즐길 수 있다.
가는 방법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빠르다. 버스는 37번을 이용하면 되고, 전철은 경춘선을 타고 춘천역에서 내리면 된다.
문의 033-250-3071
4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덕천리 원덕천 마을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덕천리 원덕천 마을은 높은 지대에 자리하고 있어 마을 전체가 산과 강으로 둘러싸인 오지다. 아침저녁으로는 물안개와 산안개가 피어올라 절경을 이룬다. 인적이 드물고 교통편도 많지 않아 오지마을이라 불린다. 영월과 가까워 영월 다하누촌에서는 쇠고기를 값싸고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영월에는 단종의 유배지인 청령포가 가까이 있다.
가는 방법 서울에서 영동고속도로와 42번·38번·59번 국도를 이용하면 정선에 닿을 수 있다. 정선에서 원덕천 마을까지는 마을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문의 정선관광안내소 1544-9053
5 환상의 섬, 제주도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사시사철 언제 가도 좋은 남쪽 끝 섬이다. 최근에는 저가항공 노선이 다양해져 10만~20만 원대 항공권도 구입할 수 있다. 아이와 함께 간다면 올레길이나 식물원, 김녕 요트투어 등이 추천할 만하다. 가족이 함께 갈 경우에는 리조트나 호텔이 편하지만 아빠와 단둘이 간다면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거나 캠핑을 하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듯하다.
가는 방법 김포에서 비행기로 40분가량 소요. 부산·목포·인천·완도 등지에서 제주도로 가는 배편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문의 제주관광공사 064-740-6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