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麗的 詩 ·人

봄비 / 변영로(1898- 1961 )

yellowday 2013. 4. 12. 16:42

 

 

 

 

 

봄비  /   변영로(1898- 1961 ) 서울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있어

나아가보니, 아, 나아가보니

졸음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가쁜듯이, 한없이 게으르게

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

아,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보니 아, 나아가보니

아려 -ㅁ 풋이 나는, 지난 날의 회상같이

떨리는 뵈지 않는 꽃의 입김만이

그의 향기로운 자랑 안에 자지러지노나!

아, 찔림없이 아픈 나의 가슴!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보니, 아, 나아가보니 ㅡ

이제는 젖빛구름도 꽃의 입김도 자취없고

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은실같은 봄비만이

소리도 없이 근심같이 나리노나!

아, 안올 사람 기두르는 나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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