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2.20 03:06
[건축 거장들, 나의 대표작] [5] 건축가 조병수의 '심심촌'
땅과 인간의 공생 모색하는 心心村, 언덕을 깊이 3m로 파내 지은 '땅집'
中庭 위에 네모 천장 뚫은 'ㅁ자 집', 경사지 위 직사각형 올린 '마을집'
"사각형은 자연을 가장 잘 담는 틀"
- 건축가 조병수
경기도 화천 '이외수 집필실'과 서울 광화문 '트윈트리' 등을 설계한 조병수씨는 이 '땅집'을 비롯해 총 3개의 건물이 자신의 대표작이라고 했다. '땅집'에서 50m쯤 올라간 언덕에 솟아 있는 'ㅁ(미음)자 집', 또 거기에서 50여m 정도 떨어진 마을회관 '마을집'이다. 이른바 '심심촌(心心村)'이다.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집이에요. 하늘과 땅이 통하는 집이기도 하지요."
2004년(ㅁ자 집)과 2008년(마을집), 2009년(땅집) 잇따라 완성된 집들은 모두 하나의 정서에서 출발한다. 땅에 대한 깊은 관심, 땅과 하늘의 관계에 대한 조명, 건축이 자연과 사람을 잇는 매개체라는 관점이다. 특히 땅에 대한 관심은 지극하다. "땅은 어머니이기도 하고, 따뜻하고 감동적인 공간이죠." '건폐율(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물의 비율) 0%'란 독특한 기록을 남긴 '땅집'이 탄생한 배경일 것이다.
- 건축가 조병수씨의 경기도 수곡리‘ㅁ(미음)자 집’지붕 모습. 한겨울 눈이 콘크리트 지붕 위를 하얗게 덮었다. 가운데 뚫린 중정으로 눈발이 날린다. 아래 사진은‘ㅁ자 집’의 내부. 콘크리트 지붕을 받친 나무 기둥이 한국 전통 건축 양식을 연상시킨다. /사진가 황우섭·김종오
비슷한 출발임에도 불구하고 세 건물의 인상은 다르다. 건축가가 각각의 쓰임과 의도에 따라 모두 다른 소재와 접근법을 택했기 때문이다. 가로세로 14m짜리 직사각형 건물인 ㅁ자 집의 경우, 보 없이 30㎝ 두께의 콘크리트 지붕을 올린 뒤 그 아래를 고목(古木) 기둥 10개로 받쳤다. 네모 반듯한 중정(中庭)에 여과 없이 쏟아지는 비와 눈, 햇살은 말 그대로 서정적일 것이다.
- 언덕을 파고 그 밑에 박힌 직사각형 건물‘땅집’. 터를 파며 나온 흙으로 집 벽체를 만들었다. 아래는 경사지를 살린 계단식 지붕이 두드러지는‘마을집’. /사진가 황우섭
3개 건물을 이으면 삼각형이 그려지는 '심심촌'에서 건축가는 종종 머리를 식힌다. 특히 시인 윤동주의 시 낭송회를 연다는 땅집의 경우, 그에겐 의미가 남다르다. "한창 일 많고 정신없을 때, 대학 시절 좋아했던 윤동주 시인이 떠오르더라고요. 자기 성찰이랄까, 내가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는지, 내가 나를 제대로 돌아보며 살고 있는 건지…. 그래서 그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처럼 집을 만든 건데, 보세요. 내가 자기 반성의 삶을 살고 있는 건지, 여전히 앞만 보며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영 자신이 없네요…." yellowday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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