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美術산책

[35] 페데리코 다 몬테펠트로 부부의 초상화

yellowday 2013. 1. 18. 23:20

르네상스인들은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Piero della Francesca· 1416~1492)가 1472년경에 그린 부부 초상화<사진>의 남자 주인공, 페데리코 다 몬테펠트로를 '이탈리아의 빛'이라고 불렀다. 우르비노의 공작이기도 했던 그는 평생을 '콘도티에로(condottiero)', 즉 고용인을 위해 전쟁을 대신 해주는 용병대장으로 살았다. 강인해 보이는 그의 얼굴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이 푹 꺼진 콧대다. 결투에서 한쪽 눈을 잃은 페데리코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일부러 제거 수술을 받은 것이다.

그렇게 사지(死地)에서 벌어들인 돈은 학문과 예술을 살리는 데 썼다. 그 스스로도 인문학 교육을 받은 지식인으로서 로마 교황의 도서관에 버금가는 방대한 도서관을 만들었고, 예술가와 철학자를 위한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정치인으로서는 지위에 관계없이 엄격하게 법을 적용했고, 장병들이 희생될 경우 그 가족을 부양하는 복지 제도를 마련했다. 충성심 강한 그의 군대가 전쟁에서 패배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초상화 속에서 페데리코는 부인, 바티스타 스포르자와 마주 보고 있다. 그녀는 출정한 남편을 대신해 국정을 다스렸던 명민한 여인이었지만, 딸 일곱에 이어 마침내 남편의 후계자가 될 아들 하나를 낳고 폐렴으로 사망했다. 이 그림은 그녀가 세상을 뜬 직후에 페데리코가 주문한 것이다.

잘 정돈된 영지를 뒤로하고 마주 앉은 두 사람의 강렬한 시선 사이에는 그 누구도 끼어들지 못할 단단한 유대감이 느껴진다. 실제로 페데리코는 바티스타를 잃은 이후 두 번 다시 결혼하지 않았다. 문무를 겸비한 순정남이라니, 그야말로 진정한 '르네상스맨'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