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초상의 경우에는 좀 더 복잡했다. 얼굴도 실제 인물과 닮아야 했지만 여러 사람을 모아놓은 구성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유럽의 가족 초상화는 대부분 아버지가 중심이 되는 위계질서를 보인다. 상류사회나 귀족들은 가족 초상화가 공개되는 것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가족이 같이 모여 어울리는 즐거운 분위기의 초상화를 원했다.
가족 중에서 그나마 아버지와 연결되는 딸은 오른쪽의 줄리아나이다. 드가의 숙부였던 벨렐리 남작은 이 무렵 정치적 망명 상태였고 성격도 매우 불안정하고 변덕스러운 인물이었다. 부인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고 집안의 대소사는 대부분 부인이 처리하였다. 드가는 이탈리아 여행 도중 이들의 집에 잠시 머물렀다. 초상화에서 그는 인물 각자의 성격과 상호관계를 뛰어난 구성으로 암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