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美術산책

[81] 드가의 가족 초상화

yellowday 2013. 1. 5. 09:46

초상화 주문이 항상 몰렸던 17세기 플랑드르에서 화가 안토니 반 다이크는 고객을 앉혀놓고 드로잉하는 데 불과 15분이 걸렸다. 그의 목탄 드로잉을 바탕으로 조수들이 대부분의 그림을 완성시켰고 반 다이크는 마지막에 조금씩 수정을 하거나 손질을 가했다. 18세기 영국의 인기 초상화가 토머스 게인즈버러는 3회에 걸쳐 한 시간 반 정도 고객을 마주하고 그렸으나 경우에 따라서는 한 번에 끝내기도 했다. 초상화가들이 가장 정성을 들인 부분은 얼굴이었다. 얼굴에서도 눈, 코, 입이 전체의 인상을 크게 좌우한다고 생각했으며 그 외에 동작, 표정, 주변 환경, 소도구들로 인물에 대한 힌트를 주었다.

가족 초상의 경우에는 좀 더 복잡했다. 얼굴도 실제 인물과 닮아야 했지만 여러 사람을 모아놓은 구성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유럽의 가족 초상화는 대부분 아버지가 중심이 되는 위계질서를 보인다. 상류사회나 귀족들은 가족 초상화가 공개되는 것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가족이 같이 모여 어울리는 즐거운 분위기의 초상화를 원했다.

에드가르 드가가 1859년에 그린 '벨렐리 가족'〈사진〉은 기존의 초상화와는 달랐다. 그는 구성을 통해 가족 간의 갈등이나 심리적인 관계를 표현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벨렐리 가족'에서 가족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는 가족의 중심이 아니라 오른쪽 구석에서 등을 거의 돌린 채 앉아 있다. 부인은 삼각형 구성에 의한 견고하고 안정된 자세로 두 딸을 데리고 서 있다. 두 딸 중에 더 어머니를 닮은 조반나는 어머니의 삼각형적인 형태를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다.

가족 중에서 그나마 아버지와 연결되는 딸은 오른쪽의 줄리아나이다. 드가의 숙부였던 벨렐리 남작은 이 무렵 정치적 망명 상태였고 성격도 매우 불안정하고 변덕스러운 인물이었다. 부인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고 집안의 대소사는 대부분 부인이 처리하였다. 드가는 이탈리아 여행 도중 이들의 집에 잠시 머물렀다. 초상화에서 그는 인물 각자의 성격과 상호관계를 뛰어난 구성으로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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